인공지능, 이미 생활 속으로…'새로운 산업혁명'

입력 2016-03-15 10:31:21

인공지능(AI)은 새로운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될 것인가.

컴퓨터가 범접할 수 없던 영역으로 여겨지던 바둑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이 등장하자 인공지능이 그려갈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각·추론·학습능력 등을 컴퓨터로 구현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과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 구글의 검색 엔진, 스팸 메일 걸러내기, 실시간 통번역, 개인 맞춤형 영화 추천 등이 모두 우리가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는 인공지능이다.

최근에는 사람을 대신해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A타임스는 지진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퀘이크봇'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진 기사를 작성한다. 로이터 등 뉴스통신사도 스포츠·금융 관련 속보와 단신 기사를 제작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건설기계 메이커인 고마쓰(小松)는 사람과 똑같이 땅을 파는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인 '스마트 컨스트럭션'을 고안했다. 이 로봇은 10년 정도의 숙련인력이 할 수 있는 정밀도 높은 작업을 수행한다.

보행자와 부딪히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상품을 배달하는 '로봇 택배기사'는 다음 달 영국에서 시범운행에 나서고, 미국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약사를 대신해서 로봇이 약을 짓는다.

IBM이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해 선보인 로봇 변호사 '로스'는 음성 명령을 받으면 판례 등 법률 정보와 승소 확률 등을 보여준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시장 분석을 위해 금융분석 인공지능 프로그램 '켄쇼'를 도입했고, 싱가포르개발은행(DBS)도 자산관리 업무에 왓슨을 활용해 사용자 성향에 맞는 상품, 투자처 등을 조언하고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학계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500만개 넘는 일자리가 로봇, 인공지능,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없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포함한 15개국에서 기술의 변화로 700만개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200만개가 새로 생겨 결과적으로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도 702개 직업을 대상으로 '이 직업의 모든 작업이 컴퓨터에 의해 수행 가능한가'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 있는 직업 중 47%가 10∼20년 안에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거나 직업의 형태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특히 은행의 창구 담당자, 부동산 등기 대행, 보험 대리점, 증권회사의 일반 사무, 세무신고서 대행자, 스포츠 심판, 공장 오퍼레이터 등이 사라질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의사나 치과 의사, 재활 훈련 전문직, 사회복지사, 카운슬러 등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직업은 로봇이나 컴퓨터가 쉽게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인간이 역사를 통해 축적한 정보를 습득하고,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인간 고유의 감각까지 빨아들이고 있는 인공지능은 좋든 싫든 직업 세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있던 직업의 상당수가 사라지는 변화는 짧게는 20년, 길어도 50년은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정보 기술을 독점한 그룹이 사회를 장악하게 될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육체 노동과 반복적인 사무 업무는 기계로 대체되겠지만, 창의성이나 판단력 등 인간 고유 역량이 중요한 직업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오준호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센터장은 "추론은 인공지능이 더 잘한다. 다만, 이것으로 창조를 하는 건 사람"이라며 "그동안 기계들이 육체노동을 가져갔다면 이제는 로봇이 정신노동도 가져가는 것이고 그렇다면 오히려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촉발할지, '파괴적 기술'로 결론날지는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 사람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로봇윤리보다는 노동윤리가 더 중요하고, 노동의 재배치를 통해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거기에 로봇을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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