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최고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바둑 세계 최강자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 지능 시스템인 알파고가 벌인 대국이었다. 예상과 달리 알파고는 실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바둑을 둠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인공 지능의 학습 능력이 예상 외로 빠른 것을 보고, 과연 인간이 인공 지능을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두려움까지 느끼게 했다.
이전까지 컴퓨터는 아무리 발달을 한다고 해도 인간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존재였다. 컴퓨터는 인간이 지시하는 명쾌한 언어만을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C나 JAVA 같은 컴퓨터 언어는 하나의 말이 하나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는 이에 따라 정확하게 명령을 수행한다. 컴퓨터는 정해진 명령만 따를 뿐,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여 사고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비해 인간의 말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나타나고 그 역사와 더불어 진화해 온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말 안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다양한 의미가 들어 있다. 그래서 '별'이라고 하면 밤하늘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윤동주의 별이나 알퐁스 도데의 별도 연상되고,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쳐다본다'와 같은 표현도 가능해진다.
또 인간의 말은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말을 하는 상황이나 억양, 몸짓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할머니가 손주에게 "우리 강세이(강아지)."라고 하는 것을 컴퓨터는 사전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보고 욕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인간은 그렇게 이해하지 않는다. 또한 컴퓨터는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와 같은 영화 대사에 담긴 지역적, 시대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 바둑 대국을 보면서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날도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인간이 가진 창의성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경험과 직관을 동원하여 처리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지금의 컴퓨터에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면 컴퓨터는 어찌할 바를 몰라 먹통이 되었다.
그러나 알파고와 같은 인공 지능은 수많은 용례를 스스로 분석하여 통계적으로 가장 합당한 결론을 내놓을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이 수많은 실제 사용 경험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렇게 본다면 컴퓨터의 언어 습득 속도는 인간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 SNS에 쓴 글이나 '좋아요'를 누른 기록을 분석하면 개인의 성향까지도 파악하여 인간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쓸 수도 있다.
인간의 언어를 처리하는 기술은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데 필요하지만, 만약 지나치게 똑똑해진 인공 지능이 교만해져서 인간과의 소통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핵무기보다도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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