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승리의 종' 독일 '황제의 종'…『종소리, 세상을 바꾸다』

입력 2016-03-11 18:44:21

종소리, 세상을 바꾸다

이재태 지음/ 학이사 펴냄

이 책은 세계 각국의 종과 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종 수집가인 저자가 종의 매력에 끌려 각국을 순례하면서 수집한 1만여 개의 종 가운데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종의 이야기만 가려 수록했다.

책은 4부로 나누어져 있다. 울리고, 깨우고, 밝히고, 바꾸는 등 종의 신호로부터 상징에 이르는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하나의 종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역사적, 철학적, 문화적 배경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종의 모양과 특징을 소개하는 단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그런 앎을 통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윤리적 귀착점이 어디쯤인가를 넌지시 알려준다. 그래서 하나의 종 이야기를 접하면 다음 종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절로 일어난다.

영국에는 '승리의 종'(Victory Bell)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에 격추된 적국 독일의 전투기 잔해를 녹여 만든 종이다. 이 종은 승전 기념으로 승전국 지도자였던 처칠, 루스벨트, 스탈린의 얼굴을 새겨 넣어 전사한 영국 공군과 공군 가족들을 후원하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독일에는 늘 프랑스의 위세에 눌리다가 보불전쟁 개시 2개월 만에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자 적국 프랑스의 대포를 녹여 승자의 자부심으로 만든 쾰른 성당의 '황제의 종', 사치와 과다한 과세 등으로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해 단두대에서 처단된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리는 종, 미국이 공산주의자들과 투쟁하던 베를린 시민들에게 헌정한 '베를린 자유의 종' 등이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역사와 종교, 예술에 이르기까지 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28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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