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누굴 만나든 왜, 난 아무나 만나야 한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밤 서울 한 호텔에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밀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폭발 지경인데다 비박 공천배제를 두고 청와대와 이 위원장의 교감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한구 위원장은 10일 전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총선 공천심사 과정에 누구라도 만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사실상 현 수석과의 회동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현 수석과 극비 회동을 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면서 "누구를 만났다고 하면 또 '분명히 음모를 꾸몄다'고 쓸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일절 할 수 없고, 전화통화도 얘기할 수 없다. 누구한테도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기환 정무수석도 "극비회동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내가 누구를 만났든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 나는 아무나 만나야 한다"면서 "이 일(공천심사)을 제대로 하려면 나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공천관리 책임자 자격으로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소통 채널' 역할을 하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난 것은 문제 될 게 없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우회적으로 회동 사실을 시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 의원이 김무성 대표의 '공천배제'를 모의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튿날 이 위원장이 현 수석과 극비리에 만난 게 사실이라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공천관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이 위원장이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자체가 모종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데다 청와대의 공천 개입 의혹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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