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이 화두이다. 마침 세계 최고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5연전이 바로 오늘(9일) 시작된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국 프로기사와의 대결에서 5대 0으로 완승한 알파고가 과연 이세돌 9단까지 이길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가상현실(VR)과 함께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IT기술이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 같은 일부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종말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한다.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연산(계산)능력과 기억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다.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 러닝 기술과 바둑에 특화된 신경망 프로그램을 적용해 프로기사에 근접한 실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인간의 뇌 역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의 뇌는 연산을 포함해 학습과 추론 등 을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쳐 '융통성 있게' 처리하는데 발군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인간의 지능은 뇌 혼자서가 아니라 다른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였다. 이 부분은 인공지능의 약점이라고 할 만하다. 또 뇌는 몸에서 벌어지는 생명현상을 포괄적으로 관장하는 사령탑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신체와 행동을 제어한다. 이런 능력은 인공지능에겐 아직 부족하다. 무엇보다 인간의 뇌는 의식과 마음, 영혼을 지니고 있다. 상식, 직관, 상상력이라는 창조의 과정이 여기서 태어난다. 의식의 내면, 즉 무의식까지 내려가면 인공지능의 한계가 명확해진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하다.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지금보다 몇 단계 발전하려면 이제는 인간의 '진짜 뇌'를 깊숙이 연구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잘 익은 멜론 크기 정도이다. 말랑말랑한 순두부와 같은 뇌는 단단한 두개골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뇌는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얼기설기 얽혀 무려 1천조 개에 달하는 연결부위(시냅스)를 갖고 있다. 이것이 '소우주'라고 불리는 뇌의 실체이다.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라 해도 진짜 뇌의 복잡성과 정교함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인간의 뇌는 환경과 학습에 의해서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재구성되는 '신경 가소성'이란 능력도 있다. 쉽게 말해 좌뇌에 문제가 생기면 우뇌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하기도 한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천문학적 연구비를 투자하여 '인간 두뇌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앞으로 10년 동안 30억달러(3조6천억원)를 투자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 사업을 개시하였다. 이를 '인간 두뇌 지도' 혹은 '인간 두뇌 케넥톰' 연구라고 한다. 시계가 고장 났을 때 모든 부품과 나사를 분해한 후 재조립하듯이 1천억 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신경망을 완벽히 밝히고 재구성하려는, '두뇌의 역설계' 사업이다.
26년 전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인간의 유전체 연구는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연구비 1달러당 140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는데, 뇌 연구는 이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과 마찬가지로 뇌 연구 역시 선진국이 우위에 있다. 지금이 선진국을 추격하고 넘어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마침 대구경북은 뇌 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장점을 갖고 있다. 정부연구소인 한국뇌연구원이 혁신도시에 있는데다 DGIST를 포함한 우수한 대학과 새로 시작되고 있는 의료산업을 결합한다면,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쥐는 것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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