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데 있어 법규 준수 여부는 좋은 기준이다. 법규에 대한 소양이 갖춰진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를 구분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배려와 양보가 몸에 배인 사회는 마찰과 갈등이 적다. 불필요한 마찰이 적은 만큼 사회적 비용이 낮고 공동의 이익은 높아진다.
경찰이 이달부터 경부고속도로에 암행 순찰차를 시범 운행 중이다. 보복운전'칼치기 등 난폭 운전이나 전용차로'추월차선 위반 등이 단속 대상이다. 당국은 이런 법규 위반이 고속도로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2014년 교통사고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지불한 비용은 26조원이 넘었다. 이는 GDP의 1.8%, 한 해 국가 예산의 9.7%에 이르는 규모다.
운전자가 법규를 고의로 위반하거나 법규를 제대로 모르면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 때문에 각국마다 법규 위반을 엄히 단속하고 거액의 과태료를 물린다. 단속이 교통사고 감소나 법규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확실히 바꾼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 필요한 방법이다.
최근 한국도로공사는 2014년 253명이던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 12% 줄었다고 발표했다. 일반도로 사망자가 4% 감소한 것에 비하면 큰 감소폭이다. 졸음 쉼터를 더 늘리고 식별력이 좋은 고성능 차선 도료를 사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는 교통시스템 개선 노력이 단속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명박정부 때 '임기 내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가 주요 국정 과제의 하나였다. 2007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연간 6천 명 수준이었다. 당시 교통연구원이 펴낸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 비전 전략'은 이를 2011년까지 3천 명 선 아래로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1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여전히 5천 명을 넘었다.
이 정책은 1997년 스웨덴의 교통혁신정책인 '비전 제로'를 본떴다. 스웨덴은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홍보로 성공했다. 반면 우리는 실패했다. 신호체계 개편 등 교통 시스템 개선이나 운전자 의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결과다. 말로는 비전이라고 했지만 예산 확보나 정책은 거꾸로 갔다. 2011년 운전면허 간소화가 대표적이다.
저비용 사회는 비용만 절약한다고 충족되는 게 아니다. 법규에 대한 소양이 함께 높아져야 진정한 저비용 사회다. 법규 위반 때문에 계속 호주머니를 털 것인지 아니면 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게 의식을 높일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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