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에선, 자주 다투는 아내를 즉시 버렸다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E.B 폴라드 지음/이미경 옮김/책 읽는 귀족 펴냄
인도 고대의 마누법전은 여성에 대한 처우 혹은 여성이 지켜야 할 태도를 이렇게 규정한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내는 8년째, 아이가 모두 사망한 아내는 10년째, 딸만 출산한 아내는 11년째가 되면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다투기 좋아하는 아내는 즉시 바꿔도 된다. 여자는 항상 쾌활하고 영리하게 가정을 돌보고, 가구를 꼼꼼히 닦고, 돈은 아껴써야 한다. 아내는 남편을 언짢게 할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남편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아내는 이승에서 치욕을 당하고, 죽은 후에는 자칼의 자궁 속에서 죄에 대한 대가로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극단적인 예지만, 기원전부터 근세까지 동양 여성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 책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는 미국 리턴 하우스 프레스가 총 10권으로 출간한 'Women: IN All Age and All Countries'(모든 시대, 모든 나라의 여성들) 시리즈 중 4권째 책(Oriental Women; 동양의 여성들)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기원전서부터 19세기 말까지 서아시아, 극동아시아, 동남아시아, 호주 등에 살았던 여성의 삶을 담고 있다. 남녀 차별의 뿌리가 깊었던 페르시아에서는 사형을 가하는 방법도 남녀에 따라 달랐다. 남자를 처형할 때는 경정맥을 자르고, 못으로 벽에 박아 대포로 날려버렸다. 여자를 처형할 때는 머리카락을 전부 깎고, 얼굴을 검게 그을린 뒤 안장 없는 당나귀에 태워 대로를 따라 끌고 가다가 마지막에는 자루에 넣어 때려죽였다.
딸이 순결을 잃어버렸을 때, 아라비아 사람들은 그 치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끔찍한 방식으로 딸을 죽였다. 공공장소에 족장과 가족, 이웃의 가장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여자의 아버지나 남자 형제 또는 가까운 친척이 여자의 머리를 잘라냈다. 그리고 죽은 여성의 시신 주변을 세 번 돌면서 "아, 이렇게 우리의 명예가 회복되었다"고 외쳤다. 그런가 하면 전족은 중국의 대표적 여성 차별 풍습이다.
책은 "조선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는 여성들을 훨씬 존중했다. 남성들은 적어도 겉으로는 여성들을 존중했다.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거리에서 여성을 만나면 지나가도록 옆으로 비켜서기도 하고, 여성에게는 가장 정중한 어조로 말을 했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더 공경하도록 교육받았지만, 어머니도 공경하도록 배웠다. 어머니가 죽으면 자녀들은 적어도 2년 상을 치렀다. 물론 아버지가 죽으면 그 기간은 더 길어졌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그리스 여성들의 열등한 사회적 위치는 그 대단했던 그리스가 쇠락하는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로마의 여성에 대한 모독은 로마 권력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반대로 히브리의 아내와 미망인을 보호하던 문화는 이스라엘 생존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동양 여성에 대한 옛날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화나 전설을 이야기식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무겁지 않게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말 출판 기획자 조선우 씨는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귀남이와 후남이'들이 살고 있다. 아직도 '여자가 어디서, 여자가 감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동등한 권리와 차별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의 남자들 중에는 한국 여자들을 향해 "무능하고 이기적이며, 힘들고 어려운 일을 남자에게 전가하고 무임승차하려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 한국에서는 남성이나 여성 모두 상대 성으로부터 피해나 차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권리와 혜택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욕심이 많은 것일까.
지은이 E.B 폴라드는 침례교 목사로 서품을 받았고, 대학에서 성서 문학을 가르치기도 했던 미국 남성이다. 그는 이방인의 시각으로 전설과 신화, 문학과 역사 속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넘나들며 동양 여성들의 삶을 살펴보고 있다. 616쪽, 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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