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일·가정 양립'시대를 맞이하다

입력 2016-03-04 20:42:08

일본동양대학 박사과정 수료. 전 대구경북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대구한의대 외래교수
일본동양대학 박사과정 수료. 전 대구경북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대구한의대 외래교수

백화점에서 15년간 성실하게 근무해 온 어느 남성이 있었다. 그는 아내와 예쁜 딸, 그리고 홀로 된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성실하게 일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언제나 바빠서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날이 많았으며 술이라도 마시는 날에는 12시를 넘기는 것은 예사였다. 아내와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한 결혼기념일, 갑자기 거래처와 저녁 미팅이 들어온다.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상사의 압력에 빠져나갈 수가 없다. 아내에게 "내년에는 꼭 해외여행을 가자"고 위로의 전화를 하지만 화가 난 아내는 대답도 안 한다. 남자는 근무 후 거래처와 술자리 미팅에 최선을 다하였으나 거래는 실패했다. 속상해서 술을 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이 스토리는 최근 시작한 드라마의 첫 장면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꿈의 직장도 있으나 직장인이 회사의 사정으로 가정을 희생시키는 경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망한 그 남성이 옥황상제 앞에 갔을 때 옥황상제는 '수고 많았다'고 천국으로 보내 주었을까? 드라마에서는 아니었다. 이 남성은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누구도 그에게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남성의 삶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회사가 임금을 주고 일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삶을 위해 시간을 배려하고 가족을 회사의 행사에 초청하여 회사가 직원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 남성은 퇴근하여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가족에게서 힘을 얻어 더욱더 생산적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일·가정 양립'이다.

현 정부에서 24개 핵심 개혁과제 중 하나로 '일·가정 양립'을 선정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국무회의나 여성 및 기업 관련 회의에서 대통령이 '일·가정 양립'의 추진을 자주 언급하게 되었고. 각 부처의 업무보고에서도 중요한 정책으로 등장하였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가족친화인증과 일·가정 양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관련 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과 시민의 참여이다. 경직된 기업문화와 생활문화가 수십 년간 이어 오면서 저출산, 육아, 이혼, 교육, 가정폭력과 학대, 불평등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파생시켰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일·가정 양립'이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에서 2014년까지 5년간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곳이 19개사에 불과한 것을 보면, 그동안 관련 정보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지난해 3월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를 설립하여 기업 홍보와 시민 캠페인을 통하여 신규로 16개사가 인증을 받아 현재 총 35개사가 되었다. 올해에는 더 많은 기업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가정 양립이라는 것은 생활문화의 변화를 의미한다. 일은 일이고 가정은 가정이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린 현 생활문화를 '일·가정 양립' 문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직장과 가정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가족친화적 기업 경영을 하여야 하고, 모든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역할을 나누어 집안일에 참여하는 가족행복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익숙해져서 생활문화가 되면 직장은 즐겁고 보람된 일터가 될 것이고 가정은 따뜻하고 행복한 삶터가 될 것이다.

'일·가정 양립' 사회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일'가정 양립'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가족이 바라는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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