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난해 창립(1968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연결기준)를 냈다. 올해 인사에서도 30%가 넘는 임원들이 짐을 쌌다. 대외활동비도 반 토막 났다. 중복되거나 낭비요소는 확인되기 무섭게 정리되고 있다. 포스코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모든 분야에 걸쳐 덩치를 줄이고 있다.
이 같은 강력한 포스코의 구조조정 속에서도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사회공헌' 분야다. 포스코는 사회공헌활동을 기업문화와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 때문에 어려워도 사회공헌활동에 들어가는 비용만큼은 더 쓴다.
최근 설 명절에도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두 87억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해 직원들과 '장보기'에 나섰다. 계열사, 외주사 등도 모두 동참해 소상공인들에게 미소를 선사했다.
◆나눔의 토요일
포항제철소를 비롯한 포스코 계열사, 외주사 등에 근무하는 임직원들과 가족들로 구성된 포스코패밀리봉사단이 매월 펼치고 있는 '나눔의 토요일' 봉사활동은 연례행사가 아닌 지역사랑운동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2004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이어온 봉사활동에는 348개의 봉사그룹이 자율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 가운데 대표적인 게 결연을 한 단체를 돕는 것이다. 포항권 마을과 단체와 한 자매결연은 모두 127개, 42만8천 명이다. 포항시민의 82%가 봉사단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지난달 20일 포항 복지시설과 자매마을에서 포항제철소 행정섭외그룹'선재부'제선부'전기강판부'후판부'열연부 300여 명이 봉사활동을 펼쳤다. 봉사단은 복지시설 40여 곳을 방문해 목욕봉사와 건물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생활쓰레기'폐기물 수거, 의료봉사활동 등도 함께 펼쳤다.
◆나는 바다 청소, 너는 새집 담당
포스코클린오션봉사단은 아름다운 동해바다 지킴이로 이름이 높다. 포항뿐만 아니라 울릉'영덕'울진 등 바다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2009년 11월 포스코 사내 스킨스쿠버 동호회 직원 80명이 뭉쳐 만든 봉사단은 현재 470명에 달할 정도로 참가 열기가 뜨겁다.
포항 주변 물속에서 건져낸 쓰레기만 지난해까지 610t(250회)이 넘는다. 폐그물이나 폐타이어, 생활폐기물 등의 수중쓰레기와 바다자원을 황폐화시키는 불가사리 수거가 봉사단의 주요 일거리다. 작업자 보호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크레인 작업이 가능한 클린오션 전용선박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울릉도 연안을 보호하기 위해 재강슬래그를 활용한 인공어초 설치 및 기술지원을 펼치고 있다. 또 해양바이오 신소재 및 해양신재생 에너지 개발, 관광교류 활성화 지원 등도 이어가고 있다.
집 고치기 봉사단은 오지마을에 사는 노인들에게 인기다. 특히 눈이 많은 지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육중한 눈 무게를 아슬아슬하게 견디는 오래된 집을 봉사단은 새집처럼 말끔히 고쳐준다. 집수리 봉사단은 한울타리'다이나믹'바르미 봉사단 등 5개 봉사단체가 통합돼 탄생했다. 여기에다 외주 파트너사들도 동참하면서 보다 전문화됐다.
봉사단은 저마다 집 고치기의 실력자들로 구성돼 작업이 빠르고 견고하다. 도배 등 일부 과정이 기계화돼 있다는 점도 작업의 효율을 높여준다. 봉사단은 집 고치기 활동에 17명(한 팀)이 투입되면 3시간 이내에 한 채를 후딱 마무리 짓는다. 2006년부터 시작한 봉사는 매년 20여 가구를 찾아 혜택을 주고 있다.
◆청소년 멘토로, 노인 돌봄이로 세상을 열다
아동'청소년 멘토링 전문봉사단은 재능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근무 직원 가운데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이 주축이 돼 결성된 봉사단이다. 2014년 돈이 없어 과외를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의 사정을 포스코 신입사원들이 해결해주겠다고 나선 것이 봉사단 결성으로 맺어졌다.
봉사단은 멘티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주 1회 퇴근 후 멘토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어'수학 등 학과목 과외는 기본이고 심리'정서지원'체육지원 등의 활동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멘토들은 학교생활'친구관계'진로 등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멘티들에게 전해주며 건강한 사회인으로서의 성장을 돕는다.
포스코 섬김이 봉사단 40여 명은 홀몸노인들에게 자식 같은 존재다. 매주 노인들을 찾아 말벗이 돼 주는가 하면 가사 등 힘든 일을 고민하고 돕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봉사단은 2009년 각 부서 및 패밀리사별로 운영하던 섬김 봉사를 2013년 통합해 봉사효율을 극대화했다. 포항제철소도 이들 봉사단 활동을 돕기 위해 섬김의 자세, 노인들의 심리와 특성, 관계 형성 기법 등의 교육지원을 해오고 있다.
환경자원그룹 정해관 씨는 "어르신들이 밖에 외출할 기회가 없는 점을 감안해 올해는 나들이 계획을 더욱 많이 짰다"며"자식 이상으로 어르신께 공경의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보다 자주 찾아 뵙고 전화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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