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하루 새 가족살해 2건…전체 살인의 20%대 친족 대상 범죄 비상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 지난 2일 40대 가장이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같은 날 30대 엄마가 지적장애 딸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 등 전국적으로 가족 간 살인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유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친족 살인'이 한국의 또 다른 해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심리전문가들은 "가족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가는 가족 간 폭력과 살인은 초기 대응이 너무나 중요하다"며 "문제 가정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는 물론 사회기관들의 유기적 협력을 통한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사건의 범죄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가 친족인 경우가 2011년 110건, 2012년 117건, 2013년 89건, 2014년 105건으로 매년 100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도 2011년 3건, 2012년 12건, 2013년 12건, 2014년 8건, 지난해 8건으로 친족 간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 살인사건 대비 친족 간 살인사건 비율도 2011년 24.4%, 2012년 26.2%, 2013년 23.6%, 2014년 23.4% 등으로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가족 간 살인은 가정불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과 경제적 어려움이 빚어낸 비극의 비율도 높다.
경찰청이 2014년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존속 및 비속 살해 사건 중 절반가량이 가정불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속살해(381건)의 경우 가정불화가 188건(49.3%), 정신질환 130건(34.1%), 경제문제 58건(15.2%) 등이었고, 자식을 살해(230건)한 동기도 가정불화가 102건(44.6%)로 가장 많았고 경제문제 62건(27.0%), 정신질환 55건(23.9%) 등이었다.
이에 따라 가족 간 살인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등 가정불화를 줄이는 동시에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과 적절한 치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족 간 살인사건은 2일 대구 서구에서 40대 가장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처럼 한 사건으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가족 공동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일 대구에서 발생한 두 사건의 경우 '내가 없으면 가족도 불행할 것'이라거나 '장애를 가져서 살아가기 힘들 것' 등의 인식을 가지고 가족 내 권력자가 나머지 가족 구성원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사회 특유의 가족은 나에게 귀속돼 있다는 가족 공동체 인식이 나쁘게 작용한 예로, 이런 인식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도박에 빠져 가정불화 겪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2일 서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유력한 용의자인 남편이자 아버지인 A(46)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일 오전 11시 22분쯤 강원 정선의 한 도로에서 렌트한 차량 안에 "우리 가족은 끝났다. 많이 미안하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하다 행인의 신고로 강원 원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치료 도중 정신을 차린 A씨는 이날 오후 9시쯤 병원 8층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죽은 A씨의 인적사항을 조사하던 강원 원주경찰서는 A씨가 대구에 산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서부경찰서에 알려 A씨의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A씨의 자살 소식을 알리려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11시 23분쯤 A씨의 자택에서 아내 B(40) 씨와 딸 C(15) 양이 흉기에 찔린 채 숨진 것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평소 도박을 일삼고 생활비를 집에 가져다주지 않아 가정 불화가 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확한 경위는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추가로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A씨가 모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애인 딸 키우기 어려워서…
지적장애를 가진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병으로 숨진 것처럼 꾸미려 한 '인면수심'의 어머니도 경찰에게 붙잡혔다.
동부경찰서는 3일 지적장애 2급인 딸을 살해한 혐의로 D(38'여)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D씨는 2일 오전 4시쯤 동구의 한 주택에서 잠을 자고 있던 딸 E(11) 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씨는 딸을 살해하기 전, 만취 상태로 집에 돌아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살해 직후 119에 전화를 걸어 "잠결에 화장실을 가다 딸이 잘 자고 있나 확인하는데 딸이 좀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E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을 거뒀다.
병원 의료진은 사망 진단을 내리던 중 시신의 목 부위에서 미세한 상처와 울혈(몸속 장기나 조직에 피가 모인 상태)을 발견해 경찰에게 알렸고 경찰은 D씨를 집요하게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혼 후 딸과 함께 살던 D씨는 2년 전부터 남자를 만나 동거를 시작한 뒤 지적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기 어려워지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