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오콘 "차라리 클린턴 찍는게 낫다"

입력 2016-03-03 18:59:43

미국 대선 경선의 최대 패자는? 바로 공화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선 경선 레이스의 최대 승부처인 당의 '슈퍼 화요일' 대회전에서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고 후보 지명에 성큼 다가서면서다.

공화당 주류의 희망으로 여겨졌던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미네소타 한 곳을 겨우 챙기는 데 그쳤고, 그나마 자신의 지역구 텍사스주 등 3곳에서 승리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극우 티파티 세력이 낳은 비주류, 이단아일 뿐 정통 보수도 아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슈퍼 화요일'을 '공화당이 파열된 날'이라며 "공화당이 미 동부 연안의 주류, 사교계 일부 명사들이 수십 년간 지배해온 당이 더 이상 아님을 생생히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미국의 매파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에게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엘리엇 코언 전 국무부 자문관은 "트럼프와 비교할 때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큰 차이로 차악(次惡)"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제3의 후보가 나오기를 강력하게 희망하지만 대안이 나타나지 않으면 선택은 힐러리"라고 말했다.

군사역사학자로서 매파 논객으로 활동하는 맥스 부트도 지난 1일 미국 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있다"며 "트럼프와 비교할 때 힐러리가 호감이 더 크게 들 정도"라고 울분을 토했다.

신보수주의 정권인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입안자 가운데 한 명이던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케이건은 "공화당을 구할 수 없다면 나라라도 구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선택은 힐러리에게 표를 던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뭔지 나는 잘 모르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미국 민주주의의 안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수석보좌관이던 피터 피버, 국무부 부장관이던 로버트 졸릭, 국방부 차관이던 도브 자카임은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기고문을 3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내기로 했다.

미국 워싱턴 신보수주의자들의 학장격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 빌 크리스톨은 "트럼프와 힐러리가 본선에서 맞붙으면 강력한 제3의 후보를 영입해 승리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수주의자들은 공화당의 기존 관념을 완전히 깨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네오콘들이 지향하는 미국의 국제사회 위상은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서방의 가치를 수호하는 고유의 역할과 직결된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동맹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사실을 두고 돈이 아깝다는 취지로 불만을 토로해왔다.

신보수주의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미국을 위협하는 사악한 독재자로 간주하지만, 트럼프는 푸틴을 강인한 지도자로 묘사하며 더 끈적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해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경직된 입장을 지닌 네오콘을 경악하게 했다.

트럼프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미국 대통령사에 기록될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비판해 신보수주의자들의 울분을 돋우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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