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의 시와함께] 새를 덮고 자는 밤-김은주(1980~ )

입력 2016-03-02 20:22:15

네가 안되는 것을 위해 기도하며 우는 것을 알았을 때 하늘은 눈 뜨고 죽은 짐승을 막 삼킨 것 같은 표정으로 흘러내렸다 아직 짓지 않은 죄 때문에 새가 울부짖는 것을 참는 밤에 구별없이 모든 창을 닫아걸며 여러 쌍의 무릎을 껴안게 될 때에

(전문. 『희치희치』. 문예중앙. 2015)

안 되는 것이 있다. 깃털이 하나도 없이 태어난 새처럼 새로 태어났는데 나는 날 수 없다.

안 되는 것이 있다. 죽음이 삶보다 더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것 같아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일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육체를 지나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는 말한다. 네가 누구인지 잊지 않을게. 아니 아니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을게라고.

그리고 그 "안 되는 것을 위해 기도하며 우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얼마나 여러 쌍의 무릎을 껴안게 되었는가.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상처를 파고 그곳에 꽃을 심는 사람은 되지 말아줘.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뉘우침 같은 거 하지 않고 사랑한다. 내 의문문이 외로움 때문에 사랑이 되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노트 위에 사람이라는 단어 하나를 올려두고 저 평화를 내가 지켜낼 수 있을까? 안 되는 것이 있어서 얼어붙은 바다에 귀를 대고 떠내려가는 새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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