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불
뒤꼍의 마른 장작
잘 쪼개고
모아둔 낙엽
잔가지들 수북이 얹어
간절한 마음으로
불씨를 붙이면
타닥타닥
나무가 내는 소리
발갛게
주변을 데워준다
오랜시간 비워둔
냉랭한 검은 아궁이 속
매캐한 연기가 차 오르고
이내 뜨거워지는 아랫목,
밥 한 그릇 덮어두고
기다려보고픈 마음
아궁이 앞에 쭈그린채
말없이 군불을 때면
벌건 불길 속
아련히 떠오르는 옛 추억들
그리운 할머니 생각
식어있던 내 마음에도
군불이 지펴졌다.
권성현 (대구 동구 율하동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