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몸에 칼을 대다니…" 콩팥 받은 아버지의 편지

입력 2016-02-29 14:11:50

사랑하는 내 아들 도언아.

아빠는 요즘 너만 생각하면 미안함과 고마움 때문에 눈물로 지새우는 날이 많단다.

지난해 9월쯤인가? 만성신부전증이 악화하면서 중증도 지표인 크레아틴 수치가 급증했지.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그런데 작년 12월 의사가 투석 아니면 신장 이식수술을 해야 산다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하더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네 엄마랑 한숨만 내쉬었지.

그러던 중 고향인 전북에서 의경으로 복무 중인 네가 전화를 했었지.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콩팥 드릴게요."

난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아버지의 건강이 곧 가족의 행복'이라고 설득하는 네 결심을 꺾지 못했어.

사랑한다며 전화를 끊는 바람에 못난 아비는 사무실 탕비실에 가서 결국 눈물을 쏟았단다.

검사 결과 신체 조직이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았지.

막상 경찰청이 이식수술을 승인했을 때는 나와 엄마는 좋으면서도 서글펐단다.

이제 내 새끼 몸에 칼을 대는구나.

세상의 어떤 부모가 자식의 신장을 받는데 좋아하겠어. 왠지 슬프구나.

오늘 수술실에 들어설 때 아들 생각에 난 또 눈물을 왈칵 쏟았단다. 일종의 죄책감이겠지.

너도 아비를 닮아서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 못난 아비를 살리려고 한쪽 콩팥을 떼어주는 효심 잘 안다.

오늘 4시간이 넘는 이식수술이 무사히 끝났지만 가슴에 큰 상처가 난 너를 보니 또 한번 울컥하는구나.

너한테 해줄 게 없는데 미안하기만 하구나.

아들아, 우린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단다.

나는 주어진 임무인 공직생활을 열심히 하고, 너는 전역 후 소망대로 미술 전공을 살려 게임회사로 진출했으면 좋겠구나.

앞으로 잘 될 줄로 믿는다. 우리 예전처럼 항상 건강하자.

그것이 우리를 응원하는 많은 분께 보답하는 것이란다.

못난 아비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2016.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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