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세 점포 다 죽고 시장 활성화하면 무슨 소용인가

입력 2016-02-28 21:23:52

임대료 급상승으로 골목상인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지역에서도 심화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 이면에 기존의 영세한 점포들이 비싼 임차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부작용이 확대되는 것이다. 행정기관들이 전통시장 살리기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부작용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결과다. 지역 골목상권의 생태계 변화는 영세 상인의 해체를 가속화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임대료 안정과 영업권 보호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프랜차이즈 특화거리 조성으로 시장 기능이 조금씩 되살아난 대구 서부시장의 사례에서 사회적 이슈인 '젠트리피케이션'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서부시장은 최근 기존 상인들이 임차료 압박에 영업을 접는 사례가 속출했다. 프랜차이즈 사업 2차 대상 구역에 있는 의류봉제'식당'침구업 등 영세 점포 23곳 중 13곳이 이미 시장을 떠났다. 월 4만, 5만원의 임차료를 내고 근근이 입에 풀칠해 온 영세 상인들이 5배 가까이 치솟은 임차료에다 없던 보증금까지 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그동안 전통시장 등의 활성화가 오히려 영세 점포의 몰락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임대료가 5년 새 70%나 오른 서울의 경리단길, 신촌 등의 사례나 김광석 거리 조성 이후 작은 점포들이 줄폐업한 방천시장의 예가 그렇다. 예견된 일임에도 행정기관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는 소홀히 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자체가 독단으로 임대료 상승을 막거나 임대 기간 연장 등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하지만 건물주와 상인 간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 내는 등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함에도 방관한 것은 잘못이다.

정부가 최근 뒤늦게 '소상공인 활력 회복 방안'이라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골목상권 보호 장치라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법적인 뒷받침이 없는 민간 자율에 의한 협약은 한계가 분명하다. 임대차계약 갱신 기한을 최대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자율상권법'도 국회에 발목이 묶여 감감무소식이다. 임대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시장의 경우 혜택을 주는 등 당근책과 법적인 보호 장치를 서둘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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