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김부겸은요? 유승민은요?

입력 2016-02-26 20:17:36

계명대(학사)·경북대(석사)·계명대 대학원(언론학 박사) 졸업
계명대(학사)·경북대(석사)·계명대 대학원(언론학 박사) 졸업

#국민이 주인이고 정치는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무거움을 절감하고 있다.

누가 누구에게 한 말일까. 언뜻 봐도 닮은 이야기다. 다만 찬찬히 뜯어보면 들려주려는 대상이 차이가 난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은 유권자를 향한 다짐 같다. 헌법 조항을 인용한 권력의 근원을 따진 말은 권력자에게 항변하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첫 번째 말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고, 두 번째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이야기다. 둘 다 4월 국회의원 선거 출사표를 던지며 한 말이다.

여야로 정당이 다른 두 사람이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처한 입장이 같고도 다른 탓일 게다. 유 의원은 어느 순간 여당 원내대표에서 친박의 공적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6월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위해 야당의 국회법 개정을 받아들인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 심판이라는 섬뜩한 말로 속내를 드러냈다. 그 이전부터 대통령의 텃밭에서 독자적인 힘을 키우는 것이 마뜩잖았을 것이다. 이제는 자칫 유권자마저 배신의 정치 동조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대구에 온 후 벌써 3번째 출마다. 당시 지역주의 구도를 깨겠다며 수도권에서의 4선 도전을 반납했다. 존재감 없는 지역 야당과는 달리 비중 있는 후보로서의 위상을 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당 속의 여당 후보 같은 프리미엄을 얻고 있다. 그래도 야당에게 대구는 동토다. 그러다 보니 지역 정서라는 물 흐름에 익숙해지려 애를 쓰는 듯하다. '일하고 싶습니다'는 슬로건은 선거에 임하는 김 전 의원의 간절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두 후보의 유권자 접근 방식도 흥미롭다. 유 의원은 여당 정체성과 다르지 않음을 드러내려 한다. 반면에 김 전 의원은 야당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한 사람은 옅어진 색을 조금이라도 입히려 하고, 한 사람은 더 옅어진 색으로 벗겨 내려 한다. 현재 처한 상황과 지역 정서를 이보다 더 잘 드러낼 수는 없다. 최근의 여론조사 수치는 이 같은 움직임이 헛심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는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단일 선거구 같은 흐름을 탄다. 일당 독점이 일상화되다 보니 좀체 인물론이 먹힐 틈이 없다.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김 전 의원은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겠다고 대구로 오는 순간 주목받는 정치인이 되었다. 유 의원 역시 원내대표에서 쫓겨나면서도 나름의 소신을 보여 단번에 기억되는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두 후보는 그들만의 리그만 존재하는 대구의 선거 흥행을 이끌고 있는 전국구 선수다.

지금 여당은 지역구마다 이른바 진박 후보들과 현역 의원 등이 치열한 공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 의원은 이 싸움의 한가운데서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야당은 출마자를 손에 꼽을 정도로 움츠러져 있다. 김 전 의원이 대구 북을에 출마하려는 홍의락 의원의 컷오프에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대구를 바라보는 중앙당의 좁쌀 시각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대구에서 야당의 교두보는 혼자 힘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예선이든 본선이든 이렇듯 두 후보에게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대통령 정책자문기획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최장집 선생은 현실 정치를 포르투나(fortuna)와 비르투(virtu)의 예를 들어 설명한 적이 있다. 행운의 여신인 포르투나가 아무리 손짓해도 자신의 것으로 거머쥘 수 있는 담대한 능력인 비르투가 없으면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언급한 정치적 역량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김 전 의원과 유 의원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 대구의 총선에 대해 많이 묻는 말이 있다. 대구 사람도 궁금한데 그들이야 오죽하겠나. 한 번씩은 들어봤을 말이다. "김부겸은요? 유승민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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