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화장품·의약품부터 관광·금융까지…'할랄'을 알면 시장이 보인다

입력 2016-02-26 16:45:07

할랄 시장 도전하는 우리 제품들

한국무역협회가 이슬람권 바이어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코엑스에 무슬림 전용 기도실을 개소했다. 전시장 3층에 자리 잡은 기도실은 하루 다섯 번으로 정해진 기도시간을 고려해 오전 3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상시 운영된다. 키블라(기도하는 방향, 사진 오른쪽 위) 표시는 물론 코란, 예배 카펫, 시계, 나침반 등이 비치됐다.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가 이슬람권 바이어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코엑스에 무슬림 전용 기도실을 개소했다. 전시장 3층에 자리 잡은 기도실은 하루 다섯 번으로 정해진 기도시간을 고려해 오전 3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상시 운영된다. 키블라(기도하는 방향, 사진 오른쪽 위) 표시는 물론 코란, 예배 카펫, 시계, 나침반 등이 비치됐다.연합뉴스
신선과일로는 처음으로 할랄 인증을 받아 두바이에 수출된 진주 배.
신선과일로는 처음으로 할랄 인증을 받아 두바이에 수출된 진주 배.

무슬림의 약 70%는 할랄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가 곧 생활인 셈이다. 할랄 열풍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식료품이지만 화장품'의약품 등 생활용품과 관광'금융'미디어까지 모두 할랄의 대상이다.

국내 기업들도 한류 바람을 등에 업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에 따르면 지난해 할랄 인증 품목은 502개로 2014년 404개보다 크게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 식품에 한정돼 있다. 시장 다변화를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가공식품

이슬람 시장 개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식품 분야 대기업들이다. 일부 회사는 수출용 제품뿐 아니라 국내 시판 제품에도 할랄 인증을 받을 정도로 열성을 쏟고 있다.

제품군도 다양하다. CJ제일제당은 김치, 햇반 등 43개 제품을 인증받아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한다.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인 SPC는 2012년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60여 종의 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농심은 2011년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할랄 신라면'을 주요 이슬람 국가에 선보이고 있다. 풀무원은 2013년 생라면 제품의 말레이시아 인증을 취득한 데 이어 지난해 김 제품 9종도 인증을 받았다.

음료수도 주력 수출품이다. 매일유업은 인도네시아에서 조제분유'멸균유 등의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인증 절차를 마친 밀키스와 알로에주스를 앞세워 할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빙그레는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를 말레이시아에 공급하고 있고, 정식품은 두유 제품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했다. 중동 국가들에 매장을 열고 있는 카페베네는 원두 6종과 파우더 9종이 인증을 받았다.

◆농산물

농산품도 인증 대열에 잇따라 합류하고 있다. 풍기인삼농협은 지난해 연말 UAE 할랄 인증을 받았다. 홍삼농축액, 홍삼분말, 고려홍삼차 등 5개 품목이 심사를 통과했다. 풍기인삼농협 황덕규 과장은 "올해 중동 30만달러, 동남아시아 20만달러 등 모두 5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라며 "현지 시장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도 작년 4월 한국이슬람중앙회로부터 정관장 뿌리삼과 홍삼농축액 등 3개 품목의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이슬람 문화권으로의 홍삼 수출이 확대되면 중국'미국'일본 등에 한정된 홍삼 시장이 다변화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경남 진주에서 생산한 신고 품종의 배 역시 UAE로 수출된다. 진주원예농협에 따르면 진주시 '수출 배 연구회'는 지난해 인증 획득에 이어 올 1월 6.75t(2천500만원 어치)을 첫 선적했다. 국내에서 신선과일이 해외 할랄 인증을 받은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진주원예농협 구본용 주임은 "그동안 대만에 주로 수출해왔지만 중동 시장의 가격이 40% 이상 높아 올해 물량의 80% 정도를 두바이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약'화장품

의약'화장품업계도 이슬람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 기업의 2014년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 수출액은 의약품 5천억원, 화장품 1천억원 정도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OIC 국가 전체의 수입액은 의약품 22조6천억원, 화장품 6조9천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식약처는 "OIC 국가로 의약품 등을 수출하려면 할랄 인증을 받은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해 9월 소화정장제 '비오비타'의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11월에는 유산균'소화균'낙산균 등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사용되는 균종의 인증까지 마쳤다. 또 녹십자와 대웅제약, 유유제약 등은 혈액 제제, 식물성 연질 캡슐 제제의 이슬람권 수출을 목표로 할랄 인증을 추진 중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할랄 인증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인증을 받은 기업 역시 몇 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잠재력이 큰 무슬림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는 증가 추세다. 한방미인화장품 이성하 대표는 "동물성 재료를 거의 쓸 수 없다는 게 걸림돌이지만 인증만 받는다면 성공 가능성은 크다"며 "달팽이 점액에 포함된 뮤신과 비슷한 효능이 있는 참마 성분의 크림 개발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관광

세계 관광업계도 할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 국가의 관광객 유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무슬림 관광 소비 규모는 1위 이란(182억달러), 2위 사우디아라비아(171억달러), 3위 아랍에미리트(101억달러), 4위 쿠웨이트(74억달러), 5위 인도네시아(72억달러) 순이다.

경쟁국들은 이미 이슬람권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방콕 수완나품공항은 2013년에 '최고의 무슬림 친화 공항'에 선정됐다. 식당가에서 다양한 할랄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세정시설을 갖춘 기도실도 마련돼 있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은 공항 내 10여 개 레스토랑에서 돼지고기와 알코올을 제외한 메뉴를 제공하고, 기도실 3곳을 운영한다.

이에 비해 국내 관련 업계의 준비는 미흡하다. 특급 호텔들도 고객이 사전에 요청할 경우에만 무슬림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편이다.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할랄 메뉴 제공, 기도실 마련은 물론이고 스파'수영장'헬스장'교통편 등 대중시설에 남녀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 성인 방송 실시 여부, 객실 내 알코올 음료 비치, 무슬림 직원 배치 등도 점검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종합요리식품기업인 아워홈이 할랄 인증을 받은 레스토랑 '니맛'(Nimat)을 인천공항에 열어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조미김'김치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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