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구미·경산·영천 타이타늄 벨트 "美·러·日·中 긴장해, 추격할거라고!"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제 공항에서 열린 파리에어쇼에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300여 명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 보잉787이 활주로를 떠나 수직 이륙에 성공했다. 이 위험하고 아찔한 도전이 가능했던 건 꿈의 소재 '타이타늄'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볍지만 강한 타이타늄의 비강도(비중 대비 강도)는 다른 어떤 금속보다 뛰어나다.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4% 미만에 불과했던 보잉 여객기 기종의 타이타늄 중량 비율은 현재 18%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형 항공기에 쓰이는 타이타늄 수요 시장만 2020년 기준 6천억달러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타이타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산업 분야는 '플랜트'다. 타이타늄은 바닷물에서도 3년간 부식되지 않을 만큼 내부식성이 우수하다. 산업 플랜트용 타이타늄 수요는 2009년 47억달러에서 2013년 49억달러, 2020년 110억달러까지 팽창한다. 타이타늄은 특유의 인체친화성으로 임플란트의 핵심 금속으로도 쓰인다. 의료기술 발달에 따른 고령화로 임플란트 시장 규모가 연 8.9%씩 초고속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타이타늄 수요 시장 규모는 연간 3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세계 타이타늄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경상북도가 '세계 5대 타이타늄 기지' 육성을 기치로 내걸었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대 강국에 이어 한국이 새로운 타이타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경북이 그 중심에 서겠다는 것이다.
경북은 타이타늄 기업뿐 아니라 연구 인프라가 탄탄해 관련 산업 육성의 최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정부가 전국 14개 시'도에 걸쳐 신(新)전략산업을 선정하면서 경북의 2대 전략산업으로 스마트 기기와 타이타늄을 제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경북은 우리 정부의 타이타늄 산업 비전에 발맞춰 구미'경산'영천'포항을 중심으로 한 타이타늄 산업벨트를 구축, 신도청 시대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
◆세계는 지금 '타이타늄' 전쟁 중
타이타늄은 국방, 항공, 의료, 해양플랜트, 안료 등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는 신소재로, 공정단계별 부가가치 증가율이 철강의 42배, 알루미늄의 11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성을 자랑한다. 2012년 기준 타이타늄 소재 시장은 2008년 대비 17% 증가한 28조2천억원 규모다. 최종제품 시장은 2012년 기준 250조원으로, 2025년에는 6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 타이타늄 시장의 4대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은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 이전 냉전체제하에서 국방, 항공, 우주산업 중심으로 러시아와 타이타늄 기술 개발을 경쟁적으로 추진했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타이타늄을 민'군 복합산업으로 육성하고자 저원가 대량생산, 항공기'자동차 부품 개발 등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타이타늄 금속의 주요 생산국인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민'관 공동으로 항공'우주'선박'자동차 산업이 집적하는 1조5천억원 규모의 '타이타늄 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일본은 타이타늄의 산업적 활용 가치에 주목, 일본이 강점을 가진 발전, 플랜트, 자동차 등 제조업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타이타늄 소재, 부품의 저원가, 고성능화 등을 위해 신제련, 신합금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타이타늄 소재 생산국으로 수많은 산업체와 연구소 등 풍부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제12차 전략적 신흥산업 5개년 계획(2011~2015)에 타이타늄을 포함해 항공'우주 분야의 핵심 부품을 중점 개발하고, 3~5개 기업을 대형화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형 타이타늄 산업을 육성하라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타이타늄 수입국으로 매년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간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시험'장비 구축과 기술 개발 등을 추진했지만, 원천소재 기술개발 노력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타이타늄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원료→원천소재→중간재→뿌리공정→시험'인증→제품화→재활용 등 전주기적 타이타늄 원천기술을 확보한다. 특히 고순도광 가격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매장량은 20배에 달하는 저순도광을 활용해 저비용'고품질의 원천소재 제조 기술을 중점 개발한다.
또 시장 진입이 쉽고, 기술 난이도가 낮은 플랜트 산업에서부터 시작해 고부가가치, 고난도의 항공'의료 등 첨단산업에 순차적으로 진출한다. 충분한 국내 수요를 바탕으로 해수담수화설비 열교환기 부품(2천400억원)과 발전소 증기터빈 블레이드(520억원), 고부가가치 의료용 임플란트 합금(250억원) 등을 국산화하는 '징검다리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3천170억원 규모의 국내 시장을 조기에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경북을 타이타늄 클러스터로
경북도는 이 같은 정부 계획에 따라 경북을 세계 5대 타이타늄 기지로 육성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해 말 김관용 도지사 주재로 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합동 대책회의에는 포스텍(학계), KPCM(기업),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와 포항, 구미, 경산, 영천 등 해당 지자체가 참여해 머리를 맞댔다. 포항의 타이타늄 소재를 중심으로 영천, 구미, 경산의 항공, 국방, 자동차부품 등 수요산업을 연결하는 타이타늄 첨단소재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우선 경북도는 다음 달까지 타이타늄산업 발전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역 산'학'연'관 및 시'군이 참여하는 '경북 타이타늄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또 전용단지, 원천소재기술개발센터, 시험인증센터, 타이타늄산업연구원 등 산업육성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 설립을 제약하는 환경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우수한 인재 양성과 유치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접한 울산'경남'대구의 친환경 자동차, 항공, 국방, 조선 산업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면 경북이 명실상부한 타이타늄 산업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는 앞으로 전국 타이타늄 기업이 도내 클러스터로 집적할 경우 ▷소재'부품 생산액 39조원 ▷수출 135억달러 ▷일자리 창출 5만5천 명(2025년 기준) 등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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