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가용을 버리려면

입력 2016-02-24 21:18:28

대구시가 '대중교통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시는 24일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버스나 도시철도 이용객을 늘려 향후 5년간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3%포인트 더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버스와 도시철도가 갈수록 존재감은 떨어지고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시가 버스와 도시철도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출한 지원금은 2천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3호선 개통의 영향으로 지원금이 200억원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마다 들어가는 지원금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도시철도 3호선 23.95㎞를 건설에 쏟아부은 돈만 무려 1조5천억원에 이른다.

시설 투자와 지원금으로 엄청난 혈세를 쏟아붓고 있지만 대구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고작 29.4%에 그치고 있다. 물론 나머지 몫은 자가용이 차지하고 있다. 인구 250만 명이 무너졌지만 등록된 차량은 100만 대를 넘고 해마다 3만 대 가까운 차들이 신규 등록을 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대중교통이 차지하는 수송분담률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와 비례해 적자를 메우기 위한 시 재정지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대구 대중교통이 당장 응급처치에 나서지 않으면 수술이 불가능한 중병에 걸린 셈이다.

이번에 마련한 시의 안은 예전과 비교하면 좀 더 파격적이다. 예전에는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도시철도 운행 구간을 늘리고 버스 감차를 자제해 이용 편의를 높이는 한편 무료로 환승이 가능하게 하고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번엔 자가용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겠다는 나름 비장의 카드가 등장했다. 무료로 이용하던 공공주차장을 모두 유료화하고 도심지 교통혼잡지역은 주차 요금을 두 배 인상하겠다는 안이 담겨 있다. 시 입장에서는 편리하게 승용차를 이용하던 시민들로부터 당장 '욕을 먹을 행위'다. 하지만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가용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교통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실제 대구는 자가용 이용에 있어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도시다. 간선대로가 곳곳으로 뻗어 있고 이를 이면도로가 총총히 이어지는 도로 구조를 갖고 있다. 또 어디를 가든지 쉽게 주차 공간을 찾을 수 있다. 서울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저렴한 도심 주차료도 장점이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으로 기름값까지 떨어진 요즘, 굳이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또 다른 주요 카드는 버스전용차로 확대 운영이다. 전용차로 구간을 늘리고 일부 구간을 출퇴근 시간대뿐만 아니라 전일제로 운영하겠다는 방안이다. 자연스럽게 버스 주행 속도는 높아지고 자가용 이용자는 좁아진 차로로 인해 정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대책이다.

여기에다 도시철도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1'2호선 전(全)역사에 자전거 무료 대여대를 설치하고 도심에 자전거 전용주차장을 만들 계획이다. 도시철도 이용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손쉽게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목적이다.

구도심이 산재한 유럽을 방문해 본 이들이라면 도심에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지 알 수 있다. 좁은 도로에다 그마저도 곳곳이 일방통행로이고 일부 구간은 전철까지 지나가 처음 승용차를 몰고 방문한 이들은 혼이 빠질 정도로 고생을 하게 된다. 여기다 공용주차장은 찾기도 쉽지 않고 어쩌다 찾은 주차장은 우리 기준으로 엄청난 주차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환경은 손쉽게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대구시가 좀 더 적극적인 방안으로 승용차 이용객에게 불편을 주는 방안을 내놓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대구시가 마음먹고 내놓은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이 이번에는 성공을 거두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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