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보처럼 살았던 삶
1월 31일. 오늘 우리 성당에서는 박윤근(안토니오) 신부님이 새로 오셔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1월 29일 자로 가신 김정렬 베드로 신부님도 좋으셨는데 안토니오 신부님도 음성이 정말로 좋으셨습니다.
좀 일찍 성당에 간 나는 성가대의 연습곡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착하게만 살면 된다고 여기면서 72세까지 내가 살아온 길이 너무도 바보 같은 삶이었고,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5년 전 약속어음을 빌려준 뒤 부도를 내놓고도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사람을 믿고 살아온 내가 정말 바보라는 걸 지금 피나게 느끼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장사를 하면서도 믿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한 번도 바가지를 씌운 적이 없었습니다. 정직하고 착하게 살면 먼 훗날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살아왔지만 지금은 집도 가게도 다 날아가고 아무것도 남은 게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너무 믿으면 안 됩니다. 이 세상 누구도 이 베로니카처럼 바보같이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같이 모든 사람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정말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 마음속의 서러운 눈물은 주님이 주신 축복의 눈물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지금 나에겐 아무것도 없지만 절대로 희망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주님이 저의 마음을 꽉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영세를 하고도 주님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으니 우리 주님이 화가 많이 나셨나 봅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속죄해 가면서 주님 곁에 다가가렵니다. 주님께서 '이제라도 알았으면 돼' 하시면서 이 베로니카를 쓰다듬어 주시겠지요.
사는 동안 베로니카는 너무 긴 시간을 교만하고 무의미하게 보냈나 봅니다. 박완서 수필가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읽으면서 역시 지혜가 있는 사람은 다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난 그 나이에 대학 중퇴를 했지만 정말 모자라는 벗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신했습니다. 마음만 좋아서 남을 미워하지도 원망도 않고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속을 너무 썩여 드려서 죄를 받았나 봅니다.
동생 6명이 전부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우리 집은 가게를 했었는데, 7남매의 맏딸인 내가 가게에서 물건 나르는, 나보다 월등히 차이가 나는 사람과 사랑에 빠졌으니 아버지가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요. 누구나 부모에게 잘해야 복을 받는가 봅니다. 뒤늦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지금은 크나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불효한 자식을 부모님은 용서하시겠지만, 주님은 용서를 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지극 정성으로 기도를 하면 용서해 주실는지요. 악한 끝은 없어도 착한 끝은 있다고 했는데, 울면서 기도해봅니다. 이렇게 살아도 살면서 햇볕을 볼 수 있는 게 더없이 감사함을 느끼면서 주님께 용서를 빕니다.
이혜인 수녀님은 '아침에 잠을 깨어 옷을 입는 것은 희망을 입는 것이고, 살아서 신발을 신는 것은 희망을 신는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이 글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최양자(대구 북구 대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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