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대명회' 출신 서원호 씨
조폭 잡던 형사가 시인으로 등단한 데 이어 그 형사가 잡은 조폭까지 다음 달 시인으로 등단한다.
대한문인협회가 발간하는 계간지 '대한문학세계'의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는 서원호(49'사진) 씨가 그 주인공.
서 씨는 안동의 폭력조직인 '대명회' 행동대원 출신으로 각종 폭력사건으로 교도소를 자주 드나들었다. 지난 2008년 다른 범죄에 연루된 서 씨는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2014년까지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서 씨는 경북북부제1교도소에서 3년간 복역하다 모범수로 선발돼 남은 3년 형량을 경북직업훈련교도소에서 보냈다. 훈련교도소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출소 이후에도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며 워드프로세서와 가스안전관리, 소방안전, 굴착기 등 9개의 자격증을 땄다. 최근엔 실내장식 건축사무실까지 안동에서 냈다.
그는 일을 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플 때가 많았다.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다른 취미를 찾아봤지만 그 증상을 없앨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서 씨는 우연히 시인으로 등단한 형사에 대한 관련 기사(본지 2015년 10월 22일 자 24면 보도)를 읽었다. 바로 자신을 두 차례나 폭력 혐의로 구속한 강력반 형사반장 권태인(51) 형사 얘기였다. 그는 반가운 마음에 권 형사에게 연락했고 형사와 범죄자의 신분을 넘어 둘은 인간적인 관계인 형과 아우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
권 형사는 서 씨가 일 때문에 속상하다는 사정을 듣고 "시를 써보라"고 권유했다. 권 형사는 이미 지난해 12월 등단해 현재 시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서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시를 써내려갔는데 기분이 매우 좋았다. 시를 쓸 때는 내 인생을 회고하는 것 같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권 형사는 시에 맛을 들인 서 씨에게 시인 등단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했고 서 씨는 고민 끝에 시 5편을 골라 대한문인협회 계간지인 '대한문학세계'에 응모, 최근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신인문학상을 받게 됐다는 연락이 온 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그 눈물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담겨 있었고 앞으로 새로운 삶에 대한 기쁨과 기대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권 형사님과 약속한 것처럼 앞으로 좋은 시를 많이 쓰면서 봉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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