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中대사 "사드, 한중관계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어"

입력 2016-02-23 19:05:46

"사드 배치,중국 안보 이익에 큰 영향…강력 반대 입장""지역 불안·긴장 고조돼도 한국 안전 보장될지 고민해야""사드문제 없었다면 벌써 유엔 결의안 채택됐을 것"45분 면담 중 혼자 대부분 발언…언론브리핑까지 이례적 요청

추궈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는 23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한·중관계를 순식간에파괴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추 대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배석했던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간 사드 배치 협상에 대해 "중국 정부는 많은 걱정을 갖고 있다"며 "제 3국의 안보이익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이를 핑계삼아 다른 목적을취해도 안 된다"고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추 대사는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보이익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런 문제들이 중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면 양국(한중) 관계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게될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국 관계를 오늘날처럼 발전시키는데 많은 노력이 있었다.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순식간에 한 가지 문제 때문에 파괴될 수 있다"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며 오래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국정부는 레이더 탐지거리를 좁히고 사드 성능을 낮추는 등 조치하겠다고하는데 중국 정부는 마음 놓고 믿을 수 없다"며 "중국은 좋은 친구로서 한국측 약속을 믿을 수 있지만 문제는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조정할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사는 "미국에 대해서도 중국이 한국을 믿는 것처럼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사드배치가 한국을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사드 배치는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고 냉전식 대결과 군비경쟁을 초래해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이런 국면이 닥치더라도 과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가 시급한 과제로서,국제사회가 다 함께 노력하는 시점에 사드배치 협상을 가동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분산시키는 셈"이라며 "이는 유엔 안보리 협상 과정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드 문제가 없었더라면 벌써 새로운 유엔 결의안이 채택됐을 것"이라며 "과연 사드만이 최상의 방법인지,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추 대사는 북한의 핵실험과 '위성발사' 주장에 대해서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것"이라고 지적한 뒤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한중양국간 정치적 차원의 의사소통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북한 제재 수위를 놓고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는데 이는 정상적인 것이며,그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 새로운 유엔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큰데 중국 정부는 처음부터 새롭고 강력한 결의안 채택을 지지해왔다.그러나 제재는 목적이 돼선 안 되며,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사드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은 과연 실질적으로 방어효과가 있겠는가,안보 측면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여러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특히 중국과의 경제적·문화적 교류협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사드배치로 인한 실익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사드배치 문제로 양국 간 쌓아올린 우호협력 관계가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유엔 제재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중국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추 대사는 이날 45분 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대부분 시간을 혼자서 사드 문제에 할애해 발언했으며,이례적으로 더민주에 언론 브리핑까지 요청해 작심하고 발언한 것임을 내비쳤다.

 김성수 대변인은 "유엔 결의안이나 6자회담의 중국측 전략 등 얘기가 있었지만 사드 부분만 공개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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