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환경 열악" 취업 기피, 3년도 못 버티는 경우 태반
대구 제조업의 기초 체력인 뿌리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고질적인 현장 인력난과 생산성 약화, 첨단 장비 지원 부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뿌리산업은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 기초가 되는 6개 영역(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을 일컫는 말이다. 말 그대로 제조업의 기초인 이 분야가 튼튼해야 산업 전체가 튼튼해진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대구 산업구조 가운데 뿌리산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규모도 462개 업체(전국의 8.58%), 종사자 수 1만4천500여 명(전국의 7.63%)에 달한다. 그러나 대경권 금속가공 영업이익률은 3.6%로 같은 지역 제조업 9.8%보다 현저히 낮은 등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뿌리기업은 현재 심각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난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2012년 1만4천여 명이던 전국 뿌리산업 인력 부족 규모는 2017년에는 그 4배인 5만5천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대구경북금형조합은 140개 회원사의 인력 부족 규모를 20~30%로 추산한다.
게다가 청년 구직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을 이유로 뿌리산업 취업을 기피하는 탓에 근로자 대다수가 40~60대다. 남은 고령의 직원마저 퇴사하면 일할 사람이 점차 사라진다.
대구 달서구 한 금형업체 직원 성모(47) 씨는 "2012년 직원이 90여 명이던 때만 해도 하루 8시간씩 일하면 할당량을 채웠다"며 "지금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기 일쑤고, 주말을 반납하고 일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경북 고령 한 주물업체 대표는 "전문대 졸업자를 채용해도 3년을 못 버티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부터 일감도 대폭 줄었다. 산자부에 따르면 뿌리기업 대다수(87.8%)가 원청업체 및 1차 협력사의 발주량에 영향을 받는 2~4차 협력 중소기업이다. 원청업체가 주문량을 줄이면 뿌리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특히 최근 중견'대기업들이 자체 금형업체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중소 뿌리산업체들은 주문량 감소와 근로자 유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뿌리산업이 '사람 기술'에서 '장비 기술'로 넘어가고 있지만 중소 뿌리기업에 고가의 첨단 장비는 '그림의 떡'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령 신형 절삭기를 쓰면 작업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부품 납기도 당길 수 있지만, 그런 고가의 장비를 들일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했다.
뿌리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지역 제조업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 박춘달 뿌리산업혁신본부장은 "뿌리업체 인력난의 핵심은 구직자의 눈높이와 어긋나는 '미스매칭'에 있다. 기업 지원기관, 지역 전문대학이 나서서 뿌리업체 현장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테크노파크 이재훈 원장은 "'(가칭)스마트성형가공센터'를 경산이나 영천 등지에 설립해 지역 중소 뿌리산업체들의 장비'인력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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