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유명 달리한 장세민군, 포스텍 생명과학과 명예수료증 받아

입력 2016-02-18 22:30:02

아버지는 아들 조의금 장학금 내놔…동생은 지난해 입학, 형의 희망 이어

장세민(맨 오른쪽) 군이 생전에 아버지, 동생과 함께 미소를 짓고 있다.
장세민(맨 오른쪽) 군이 생전에 아버지, 동생과 함께 미소를 짓고 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집어든 소년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창조론이 일순간 뒤집어지는 이야기에 그는 매료됐다. 그리고 꿈을 꿨다.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돼야겠다"며 그는 열심히 공부했고, 2012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포스텍(포항공대)에 진학했다. 그는 자전거'응원'밴드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즐기며 신나게 공부했다. 공부도 노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팔방미인, 장세민(당시 19세) 군은 행복했다. 1학년 여름방학, 장 군은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것으로 전도유망한 젊은 예비 과학자의 '일기'는 끝났다. 더 써야 하고, 더 채워야 할 이야기가 많았지만, 하늘은 매몰차게 그를 데려갔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당한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그의 삶을, 지금은 남은 이들이 써가고 있다. 올해 포스텍 졸업식이 예정된 19일 고 장세민 군에게 생명과학과 명예수료증서가 주어진다. 그의 죽음 이후 "2012학번 친구들과 함께 졸업시키고 싶다"는 유족의 뜻을 학교가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동생이 지난해 신입생으로 포스텍에 입학해 형의 못다 쓴 일기를 채워가고 있다.

고 장세민 군 아버지는 아들의 조의금 전부를 친구들의 장학금으로 내놨다.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바람처럼 장 군의 이야기는 늘 포스텍 주변을 잔잔하게 맴돌았다. 장 군의 이름으로 된 장학금을 받은 친구들은 그를 추억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장 군의 지도교수였던 생명과학과 김경태 교수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학구적인 열의와 성실함이 빛났던 제자로 기억한다"면서 "학업을 계속했다면 대한민국 생명과학을 이끄는 훌륭한 과학자가 됐을 텐데 아쉽다"며 명예수료증서를 청원한 이유를 밝혔다.

아버지 장병강 씨는 "동생이 포스텍 최종합격증을 갖고 형의 추모공원 앞에서 펑펑 울던 모습이 지금도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며 "작은아들이 형의 몫까지 훌륭하게 해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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