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의 새論새評] 우리 생존을 중국이 책임질 것인가

입력 2016-02-17 20:23:09

전원책 칼럼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제2회 백만원고료 한국문학 신인상. 전 경희대 법대 겸임교수. 전 자유경제원 원장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제2회 백만원고료 한국문학 신인상. 전 경희대 법대 겸임교수. 전 자유경제원 원장

北 핵폭탄 한 발이면 모든 것이 파멸

中 사드에만 신경, 한국 안위는 모르쇠

유엔 헌장 51조 모든 국가 자위권 규정

핵무장 공론화해야 中이 만만히 안 봐

김정은이 은하3호를 쏜 건 김정일이 죽고 다섯 달 뒤다. 그 10개월 뒤엔 3차 핵실험을 했다. 그가 서른이 되기 전이었으니 아마 '핵과 미사일이 살길'이라는 아버지의 유시도 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 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더니만 새해 들어 4년 만에 또 핵실험을 했다. '집권' 뒤 두 번째 핵실험이다. 설 직전엔 광명성이라는 '미사일'을 쏘았다.

이제 그도 서른둘이니 공자가 스스로 선다고 하여 이립(而立)으로 부른 나이를 넘었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든다.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가지면 정말 '강성대국'이 된다고 믿는 것일까? 아니다. 그가 노리는 건 아버지 때와 다름없이 '적화통일'인 것이다. 그는 지금 '통일병사'를 독려하는 중이다.

문제는, 그래 봤자 설마 우리에게 핵 공격을 하겠느냐는 우리 사회다. 하긴 이런 생각은 오래됐다. 6'15선언 직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가질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걸 강조했다. 막상 핵실험이 있자 그는 북한을 자극하면 전쟁이 난다면서 자제해야 한다고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통 자문회의에서 북핵은 대미용(對美用)이라는 뜻밖의 '변론'을 했다. 그는 10'4합의 당시 김정일에게 세계 각국과의 50여 차례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북한을 변호했다고 말했다. 이런 우리 대통령들의 태도가 설사 북한 달래기였다고 해도 어쨌든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북한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고 핵은 '고도화'됐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중엔 '대화로 풀자'는 낭만적 사고에 젖은 이가 많다. 핵실험 뒤에 나온 국회 결의안도 그렇다. 개성공단 중단조치를 두고는 정부를 공격하기 바쁘다. 문재인 의원은 "정부가 국민을 이렇게 불안하게 해도 되는 것인가.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인가"라며 정부를 공격했다. 이 말이 타당하려면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어야 된다. 솔직히 말해 개성공단의 달러가 북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쓰인 노동당 39호실 금고에 들어간 건 사실 아닌가? 그런데도 꼭 '이 돈이 그 돈'이라는 입증을 하라며 통일부 장관을 다그치는 의원들의 수준을 보면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가? 김정은이 언제 불장난을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되는가? 어차피 유엔의 대북제재는 글렀다. 중국은 안보리 2094호 때와는 달리 북한 편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 결의안에 들어갈 유류제공 금지를 처음부터 거부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베이징까지 가서 설득한 중국역할론도 외면했다. 오히려 중국은 정반대의 얘기를 했다. '세계는 중국에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다. 북핵을 악화시킨 것은 미국이다'는 게 그것이다. 핵실험 한 달 만에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를 한 시진핑 주석은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만 앞세웠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며 전승절에 박 대통령과 나란히 섰던 그 시진핑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이번엔 왕이 외교부장이 극언을 했다.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라 하여 우리를 미국의 수하 장수처럼 비유하고 자신들은 위해를 입을지 모를 패공 유방처럼 묘사한 것이다. 비례(非禮)도 이런 비례가 없다. 그들에게는 사드에 딸린 X밴드 레이더가 문제될 뿐 우리의 안위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명백히 방어용 무기인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우리 입장을 두고, '테이블 밑에 기관총을 숨겨둔' 깡패 취급도 했다. 그렇다고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지도 못해야 하는가?

그래서 다시 핵무장론이 나온다. 비대칭 무기인 핵을 막을 방법은 핵밖에 없다. 유엔 헌장 51조는 모든 국가의 자위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제 자위권은 과거처럼 '얻어맞고 때리는' 개념이 아니다. 핵폭탄은 한 발이면 모든 것이 파멸된다. 그 뒤엔 어떤 보복도 소용없다. 그래서 적이 때릴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핵 도미노 현상으로 아마 동북아는 핵무기가 가장 밀집한 곳이 될 것이다. 적어도 이런 주장이 공론화되지 않으면 중국이 우릴 만만히 본다. 이건 우리 생존의 문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