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년창업 영웅을 키우다] <3>경험이 성공을 부른다

입력 2016-02-16 16:24:51

배관과 배관을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프레스 피팅 툴을 개발한 김진숙 케맥스 대표와 남편 신상우(42) 씨가 사무실에서 다정하게 웃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배관과 배관을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프레스 피팅 툴을 개발한 김진숙 케맥스 대표와 남편 신상우(42) 씨가 사무실에서 다정하게 웃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조규정 아리솔 대표가 영천시 녹전동
조규정 아리솔 대표가 영천시 녹전동 '영천미래한방영농조합' 농장에서 표고버섯을 선보이고 있다. 민병곤 기자

◇'케맥스' 김진숙 대표…공구시장 왜 수입산만? 내가 바꿔!

◆공구 유통에서 제조로

"현장에 납품 가보면 좋은 기술이 있는데도 사장되고 있었어요. 그게 안타까워 창업에 나섰습니다."

김진숙(36) 케맥스 대표는 10년째 공구 유통업을 하다가 지난해 7월 케맥스를 창업하며 공구(프레스 피팅 툴) 제조업자로 변신했다. 그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건물을 짓는다면 어느 현장이건 배관 작업은 기본 공사 중 하나이다. 배관 가운데 위생급수와 관련된 곳에는 스테인리스스틸강 파이프가 많이 쓰인다. 녹이 생기지 않는 등 장점이 많아서다. 그런데 재질 특성상 구부림이나 용접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용접을 하려고 해도 일반 용접이 아닌 아르곤용접으로만 가능하다. 용접을 하며 튀는 불똥으로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아르곤용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든다. 대안으로 나사공법이 있지만, 이마저도 시공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약 20년 전 국내에 압착식 연결배관 공법이 들어왔지만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다. 장비가 크고 무거워 오히려 더 불편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도입된 기술보다 간편한 유럽식 프레스 피팅 툴이 있지만, 국내 규격과 차이가 있어 서구 기술도 국내에서는 맥을 못 췄다.

김 대표는 안타까움과 의구심을 가졌다. 왜 압착식 연결배관 공법은 20년째 아무런 발전 없이 사장됐을까? 왜 국내에는 제대로 된 공구 제조업체가 없을까? 왜 국내 공구 시장은 수입제품이 점유하고 있을까? 그는 항상 '왜?'라는 물음표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자신이 해결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유통만 해온 자신이 공구를 제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게 됐다. 압착식 연결배관 공법을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남편이 응원해 줬고, 지난해 만난 이상필 경상북도 청년CEO협회장(테슬론 대표)의 조언과 협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면서 공부하고 준비했던 압착공구에 대한 특허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 결과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일반인도 손쉽게 배관을 연결할 수 있는 프레스 피팅 툴 헤드를 개발해 1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현재는 2건이 추가로 출원돼 있다. 이 같은 노력이 경북 청년CEO협회의 도움과 맞물리자 창업의 걸림돌이었던 자금난도 해결됐다. 2015년 창조경제타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세계적인 공구 제조업체인 독일 노보(NOVO)사와 업무협약 및 기술제휴를 체결했다.

김 대표는 "케맥스가 프레스 피팅 툴 헤드를 개발해 노보사의 본체에 장착, 제품화하는 협약을 맺었다"면서 "제조시설이 없어 OEM을 맡겨야 하는데 중국과 독일을 고민하다 비용 절감보다는 기술력이 있는 독일을 택했다. 그런데 노보사는 유럽식 파이프 프레스 피팅 툴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데도 우리의 손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 공구 유통업을 하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게 노보사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케맥스는 지난달 독일을 찾아가 OEM 공급계약을 맺고 생산 과정을 점검하고 돌아왔다.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용접은 8단계, 나사공법은 6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케맥스의 프레스 피팅 툴을 사용하면 3단계밖에 되지 않아 용접 대비 56%나 시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앞으로 배관시장뿐만 아니라 조선시장에도 케맥스가 진출하는 꿈을 꾸고 있다"면서 "여성 경영자의 장점이 될 수 있는 특유의 꼼꼼함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기업으로 세계 공구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아리솔' 조규정 대표…버섯농장 체험하다, 아하! 직거래

◆체험활동에서 창업으로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 창업하고 나서 수입이 이전보다 3배로 늘어 당당하게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입니다."

영천에서 표고버섯을 농장 직거래로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는 조규정(34) 아리솔 대표는 지난해 영천시 청년 CEO로 선정됐다. 지난해 대구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후 창업했다.

조 대표는 지난 10년간 역사와 논술 분야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던 중 버섯농장 체험활동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농가의 생산 버섯 대부분이 도매시장을 통해 값싸게 판매되고 있는 것을 알고 온라인 유통전문기업을 만들었다. 창업 지원금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그는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겸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판매 수입이 더 많은 편이다. 영천시 녹전동 영농조합법인 '영천미래한방영농조합'의 농장에서 생산한 표고버섯을 주로 판매한다. 이 농장의 비닐하우스 12개 동에서는 표고버섯을 연간 100t 정도 생산한다. 겨울에도 매일 수확한 표고버섯이 저온창고 한쪽에 싱싱하게 보관돼 있다.

그는 버섯농장의 비닐하우스 2개 동에 6천만원을 투자해 생산량의 15%를 받고 있다. 이 물량을 개인적으로 팔 수도 있다. 버섯을 직접 재배할 수는 없지만, 투자를 통해 생산한 제품을 소규모로 판매해 소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버섯 판매를 시작하고서 그의 수입은 이전 프리랜서 강사 시절보다 3배나 늘었다. 보통 월급쟁이의 평균 월급보다 3배 많다고 한다. 수입이 늘어 유기농 채소와 버섯 체험농장을 운영하려는 그의 꿈도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프리랜서 강사는 혼자만 잘하면 되지만 사업은 여럿이 함께 어울려야 가능하지요."

그는 지난해 9월 온라인 유통기업을 설립하고 나서 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창업 다음 달부터 영천 한약축제장, 경북여성일자리사관학교 개관식 행사장, 대구 달서구 부녀회 알뜰 장터 등에 홍보부스를 마련해 버섯을 판매하며 회사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지난 설 대목에는 경상북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표고버섯 50상자를 판매하기도 했다. 설 2주일 전부터는 하루에 100㎏씩 팔아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판매로는 한계가 있어 각종 행사장 부스를 통한 홍보와 인맥 형성에 주력했다.

그가 소규모 판매에 집중하는 것은 농장에서 생산한 버섯 중 절반 정도가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돼 이윤창출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품질 좋은 버섯이라도 생산만 하고 판매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고소득을 거둘 수 없게 된다.

소규모 판매는 도매시장보다 가격을 2배 정도 더 받을 수 있어 영농조합법인의 수익을 높일 수 있다. 고객들은 대구, 안동, 서울, 부산, 경기 안산 등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친환경인증 버섯을 농장에서 직거래로 제공해 소비자로서는 품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살 수 있는 셈이다. 우체국 택배로 매일 오후 5시 전에 보내면 다음 날 낮 12시쯤 전국 어디에나 도착할 수 있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유통기간이 긴 대형소매점 상품보다 버섯 향이 진하고 싱싱한 편이다. 일부 고객은 "버섯에서 고기맛이 난다"며 1주일에 1㎏씩 꾸준히 주문하기도 한다.

대학 3학년 때 결혼한 그는 최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4학년에 편입해 다시 공부하며 당시 따지 못한 학사 학위 취득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늦깎이 대학 생활이지만 요즘도 계속하고 있는 프리랜서 강사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농가도 생산만 해서는 제값을 받지 못해 살아남기 어렵다. 현재 생버섯 위주의 단순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버섯쿠키를 비롯한 가공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한층 더 높여나가겠다"고 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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