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대받는 아이들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 어느 구석에 또 다른 아이들이 고통 속에 갇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멍해 온다.
사랑으로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훈육과 체벌이라는 명목하에 사회 곳곳에서 학대와 폭력으로 상처를 입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 또한 '문제의 어른이 아닌가'라는 자문도 하게 된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필자 또한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어른들은 아이에게 함부로 뱉어낸 말과 고민 없이 저지른 행동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심리학적으로 아동학대란 아동을 신체적'성적'정서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신체적인 상해를 입힌 것뿐 아니라 아동의 권리보호에 문제가 되는 포괄적인 경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번 사건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사랑과 교육이란 외피를 쓰고, 아이들을 마음대로 훈육하고 체벌해 온 어른들의 묵인된 행동의 결과일 것이다. 언론은 놀라운 피해사례만큼이나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해서 보도하고 있다. 사회의 가치와 규범이 실종된 탓, 정신의학적 측면에서의 병리적 현상, 더 나아가 인간의 본성에서 발생 원인을 찾기도 한다. 필자는 '남들보다 더 앞서야, 더 나아야'를 추구하는 성장 이념이 몰고 온 병든 사회의 징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고민해본다.
무한경쟁과 성장 그리고 무엇이든 돈으로 환산하는 물신주의는 비인간적 자본주의를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세상의 이념에 따라 우리네 삶도 점점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게 된다. 아동학대가 특별한 사람이나 특수한 상황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심하게 망가져 있다. 아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상상을 넘어선다. 이러한 아이들을 돕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찾아봤지만, 현실적으로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이 또 반짝 관심과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단호하고 원칙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학교, 경찰, 정부가 아동보호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령의 개정이 시급하다. 아동학대 가해자가 누구든지 조사 비협조 시에는 법적 제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원활하게 도울 수 있다.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 또는 가해자들이 과거에 아동학대와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라는 연구보고가 있다. 이것은 폭력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통계자료에서도 증명되듯, 실제 아동학대의 80% 정도가 가정 내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발생 환경을 개선하는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중요하다.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존중하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부모의 역할 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아동학대의 가해 부모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부모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치료와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아동에게 함부로 군림하려는 어른들을 위한 인성교육의 의무화를 논의할 시점도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이 사회 어른들로 인해 마음이 닫힌 우리 아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시작할 때이며, 이것은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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