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삼성과 수성아트피아의 명품주의

입력 2016-02-16 00:01:00

명품에는 특징이 있다. 장인정신이 빚어내는 섬세함과 꼼꼼함, 제품을 가치 있게 만드는 뚝심, 탁월한 재료 선택과 그 질감, 독창적인 디자인과 견고함, 희소성으로 이어지는 브랜드 가치 등이 담겨 있다. 인간의 욕망은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지갑을 열게 만든다.

책 한 권을 구입했다. 삼성가의 박물관 성장 역사를 흥미롭게 다룬 '리 컬렉션'이라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한다. 대구에서 '삼성상회'로 출발해 거부(巨富)가 된 고 이병철 회장과 현재의 이건희 회장은 알려진 대로 골동품 수집광이었다. 그러나 스타일이 달랐다. 선대 회장은 노년에도 우리 지역 말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금관과 청자를 선호한 이병철 회장은 "값이 싸면서 좋다"는 작품을 수집했다. 유독 백자를 좋아한 이건희 회장은 명품 한 점이 박물관 컬렉션의 가치와 품격을 올린다고 생각해 '명품주의'를 선호했다고 한다. 값은 따지지 않았다.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를 통해 국보급 우리 문화재 160점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한다.

수성아트피아는 명품 공연장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에서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릴레이를 이어가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명품 연극전'은 지역 극단과 서울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교류시키고 융합시키면서 대구 연극계에도 온기를 불어넣었다. 2013년 자체 제작한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은 초연 때 2천500명이 관람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고, 대구시민 배우 발굴 프로젝트 악극의 첫 사례도 됐다. 지난해에는 198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하는 창작뮤지컬 '미쓰코리아'를 제작해 총 5회 공연에 3천500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공연을 한다. 이렇듯 수성아트피아는 명품 공연 프로그램으로 승부하면서 공연장 선호도도 끌어올렸다.

공연 극장은 차별화와 특성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선호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까다로운 관심사, 차별화된 공연 프로그램, 예술 작품 및 아티스트에 대한 선별 능력, 탁월한 예술 경영, 시민과 공감을 이룰 수 있는 특별한 작품 개발과 더불어 문화 소비의 심리를 꿰뚫고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명품 공연장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형성시킬 수 있다. 명품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명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품격 있게 지키려는 뚝심으로 세월을 이겨내면 숙성된 명품이 될 수 있다. 수성아트피아의 명품 릴레이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공연축제로 달리는 마라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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