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번호 모아라" 주택가 차량 전화번호도 챙긴다

입력 2016-02-15 00:01:00

與 경선 안심번호 도입 후 바빠진 예비후보들…'번호 판매' 브로커까지 등장

새누리당 경선에 휴대전화 안심번호가 도입되면서 대구 예비후보자들이 휴대전화 번호 수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휴대전화를 통한 경선은 유선전화보다 더 정확한 표심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후보 측은 주택가를 돌며 주차된 자동차에 휴대전화 번호를 일일이 챙기는가 하면 이런 분위기를 악용해 "지역구 휴대전화 번호를 판매하겠다"는 은밀한 제안까지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안심번호 여론조사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실제 전화번호 대신 임시로 만든 가상번호를 여론조사기관에 제공해 휴대전화 가입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방법을 말한다. 요즘 유선전화를 쓰는 가구가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직장인과 젊은 층은 낮시간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아 유선전화로는 제대로 된 여론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새누리당은 여론조사에 안심번호를 무조건 도입하되 당원 30%, 일반 국민 70%인 비율은 지역에 따라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새누리당 공천이 사실상 당선인 대구경북(TK)의 예비후보들은 휴대전화 번호 모으기 전쟁에 돌입했다. 일부 후보자는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를 돌며 주차 차량에 붙어 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기록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쓴다. 한 예비후보는 "밤중에 동네에 주차된 차량은 99% 지역구에 사는 유권자라고 보면 된다. 힘들지만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또 산악회, 향우회, 동문회 등 친목모임 회원 명단을 입수해 주소별로 지역구 주민을 분류하기도 한다.

안심번호 바람을 타고 선거브로커나 사기꾼들도 설치고 있다. 한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에는 "지역구 휴대전화 번호를 대량으로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찾아와 현금 거래를 제안했다. 판매자는 택배회사를 통해 입수한 지역구 전화번호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브로커를 통해 택배와 대리운전 업체에 등록된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행위는 불법이다. 제안을 받은 예비후보자 측은 "우리가 동네 주민에게 직접 받은 휴대전화 번호와 대조해봤는데 20개 정도만 일치하고 다 안 맞더라"며 "다른 선거사무소에도 찾아갔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선거판을 틈타 사기꾼들이 설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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