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무한도전' 김태호 PD, 프로 방영 10년 맞아 대구서 특강

입력 2016-02-15 00:01:00

"양질의 콘텐츠 생산? 기존 관념부터 깨라"

"TV 프로그램 제작진과 1인 미디어 제작자가 콘텐츠의 품질만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재미있고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콘텐츠 산업의 시대'가 왔습니다."

13일 대구를 찾은 MBC 예능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산업 생산품의 일종으로서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시청자(소비자)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한 방송 내용(콘텐츠)일수록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김 PD는 이날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로 대구콘텐츠코리아랩에서 청중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무한도전 10년, 거침없이 도전하라'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PD는 시행착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처음 만드는 콘텐츠가 대중 기대에 못 미쳐 시장에서 좌절을 겪더라도, 이를 실패라 생각지 말고 실험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은 2005년 상반기 '무리한 도전'으로 시작했다. 개그맨들이 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열차와 달리기 대결을 하는 등 인간 한계를 넘는 도전을 하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취지로 편성됐다.

다만 이는 출발 드림팀 등 타 예능에서 이미 선보인 포맷이라 시청자에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무한도전 제작진 및 출연자들은 회의를 거듭하며 기존 예능의 클리셰(관행)를 깨는 시도를 했다. 우선 마이크와 카메라를 확대 보급하고, 자막을 통해 PD의 의중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등 제작'편집 시스템을 바꿨다.

"편집 분량이 늘어나는 부담을 감수하고서, 모든 출연진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하나씩 배정했습니다. 유재석 씨를 1인 진행자로 하던 데서 필요한 경우 출연진 모두의 멘트를 살려 내보내는 프로그램으로 바꾼 것이죠."

각기 다른 5~7명의 캐릭터가 확립되니 이들의 도전만큼이나 인물별 특색과 서사가 강조됐다. 그러다 보니 출연진이 한 미션에 도전하는 과정을 몇 주에 걸쳐 방영해도 그 자체로서 콘텐츠가 됐다.

"4~5주 동안 방영된 댄스 스포츠 특집, 레슬링 특집, 봅슬레이 특집 등 장기 프로젝트는 1회 촬영해 하루, 이틀 만에 방송을 마치던 기존 관행으로는 생각지 못할 일이었어요. 여러 회에 걸쳐 방영되는 '고품격 다큐멘터리식 예능'을 만들어 보자는 발상에서 나온 기획이었죠. 그럼에도 인물의 특색을 살린 편집과 출연진들의 개성이 시너지를 내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같은 무한도전 식 예능 제작 방식은 이후 런닝맨, 1박2일 등 국내 다수 예능에 영향을 미쳤다. '런닝맨'에 영향을 받은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형제' 역시 프로그램 시청률이 2%를 넘기기 힘들다는 중국에서 4%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김 PD는 "콘텐츠로 모든 대중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때로는 적절한 타게팅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일 것"이라며 "방송 콘텐츠가 TV, 케이블방송, 인터넷 등 매체에 종속되지 않는 시대다. 그런 만큼 콘텐츠 제작자들은 소비자의 취향과 호불호, 관행 깨기 등을 항상 염두에 두며 고민하고 또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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