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공연만 5차례…3년 심혈 막바지
3년의 개발 과정을 거친 대구산 뮤지컬이 있다. 정식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적은 없지만, 그동안 '리딩 공연'(대사와 노래로 구성된 사전 공연)이 매번 호평을 얻어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작품이다. EG뮤지컬컴퍼니의 '기억을 걷다'이다.
사랑을 잃고 망가진 한 남자의 여행을 그리는 이 작품은 지난달 30일 대구 남구 대명동 소극장 꿈꾸는씨어터에서 다섯 번째 리딩 공연을 가졌다. 7명의 배우가 대사와 노래를 선보였고 5인조 밴드가 라이브 연주를 가미했다. 이응규 EG뮤지컬컴퍼니 단장은 "이번이 이 작품의 마지막 리딩 공연"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한 대사와 노래에 세트와 안무 등 다른 요소를 더해 정식 공연으로 완성하는 단계만 남았다는 얘기였다.
이 작품은 10분 분량의 미공개 리딩 공연으로 출발했다.
이후 분량을 20분, 45분, 70분으로 늘리며 관객들과 만나 왔다. 기자는 지난해 1월 EG뮤지컬컴퍼니의 첫 콘서트, 8월 꿈꾸는씨어터 아트굿페어, 10월 대구 북동성로에서 열린 대구주말아트파크에서 이 작품의 변화를 지켜봤다.
그리고 이번 2시간 분량의 공연까지 관람하며 이 작품이 개발 과정을 진득이 거쳐 왔음을 확인했다.
거북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왔다. 그런데 속도가 문제가 아니다. 도중 엎어지지 않고 기어코 왔다는 게 중요하다. 버티는 것조차 힘들다고 하는 지역 공연계에서 당장 수익을 가져다주지도 않는 리딩 공연을 3년간 다섯 차례나 소화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다져 온 보기 드문 사례다. 이응규 단장은 "5인조 밴드를 15인조 오케스트라로 확대하는 등 중극장 이상 규모의 무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투자 유치, 극장 대관, 무대 제작 등 재미있는 일이 많아질 것 같아 설렌다"고 했다.
앞서 호평을 받은 대구산 뮤지컬 중 비슷한 맥락으로 일명 '디벨롭'(develope) 과정을 거친 경우가 많다.
2012년 초연 이후 대구 봉산문화회관을 근거지로 꾸준히 공연 및 업그레이드되며 중국과 일본 무대도 밟은 '사랑꽃'(맥씨어터), 2010년 대구에서 만들어졌고 2012년부터 중국 버전도 개발돼 양국에서 함께 공연됐던 '미용명가'(뉴컴퍼니), 2010년 첫선을 보였고 지난해 트리플 캐스팅 체제를 갖추는 등 큰 변화를 거쳐 곧 첫 서울 장기공연(2월 17일~3월 13일)에 돌입하는 '투란도트'(대구시'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이다.
지난해 처음 진행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뮤지컬 아카데미의 교육생들도 지난달 열린 작품 발표회에서 리딩 공연을 했다. 이들 작품도 발표회 공연이 끝은 아니고 앞으로 계속 디벨롭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필수로 거치는 디벨롭 과정과 그 방식 중 하나인 리딩 공연의 붐이 대구에서도 일어날지 기대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