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능글능글 귀요미…거침없이 망가져 '심쿵'
최근 톱스타 강동원의 행보가 꽤 돋보인다. 제대 후 내놓은 작품들이 줄곧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강동원 본인의 존재감이 돋보여 배우 개인의 성과로 따졌을 때 더할 나위가 없다고 할 만하다. 하정우, 김윤석, 황정민 등 충무로 톱 배우들과 동반출연하면서도 어김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니 그 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압도적인 연기력을 가진 배우는 분명 아니다. 그렇다고 뛰어난 외모만 내세우는 배우도 아니다. 정리하자면, 작품과 캐릭터를 고르는 눈을 가진 데다 자신의 장점을 돋보이게 만드는 법을 아는 영리한 배우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개봉 첫날 52만 관객 메가히트 예고
최근 3개월 동안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과 '검사외전' 등 두 편의 영화를 쉼 없이 내놓고 흥행성공의 단맛을 만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봉된 '검은 사제들'은 최종 누적관객 수 540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손익분기점의 두 배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어 공개된 '검사외전' 역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달 3일 극장에 첫선을 보인 후 설 연휴기간인 8일(월)까지 불과 5일 만에 관객 수 420만 명을 훌쩍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봉 첫날 오프닝 스코어만 무려 52만6천84명. 소위 '천만 영화' 대열에 들어갔던 '암살'의 오프닝 스코어가 47만7천541명, '도둑들'이 43만6천596명이었다는 사실에 빗대 '검사외전'의 메가히트 가능성에 대한 추측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휴 기간 내내 일일 평균 70만 명 이상, 때로 1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모은 데다, 일단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개월의 기간을 두고 이어지는 강동원의 히트 퍼레이드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강동원이 각 작품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캐릭터를 소화해 주목도를 높였으며, 충무로의 캐스팅 1순위라 불리는 선배 연기자들과의 동반출연으로 시너지효과를 냈다는 사실이다. 매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강동원의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이미 오래전에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만큼 '쉬운 캐릭터'나 유리한 방향을 찾으며 적당히 '간 보기'를 할 법도 하다. 그런데 강동원은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늑대의 유혹'으로 하이틴 스타로 불렸을 때도 '형사' 'M' 등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이명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며 쉽지 않은 연기를 경험했다. '그놈 목소리'에서 범인의 전화 목소리 연기자로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고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사형수 역을 맡아 폭넓은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표현해 호평을 끌어냈다.
'검은 사제들'에서도 올 블랙의 사제복 차림으로 등장해 라틴어까지 읊조리며 악령과의 한 판 승부를 펼치는 등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로 영화 팬들을 만족시켰다. 몰래 음주를 하고 월담에 커닝까지 서슴지 않는 신학교의 문제아로 철이 없어 보이면서도 내면에 깊은 상처를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 퇴마의식을 행하며 교단에서 문제적 인물로 찍힌 김 신부 역의 김윤석이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자유롭게 스크린을 누비며 재미를 줘 이 영화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강동원의 외모 덕에 극 중 입고 나온 사제복까지 화제가 됐다.
검사외전'에서는 능글능글하고 귀염성 넘치는 사기꾼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이 역시 강동원이 데뷔 후 처음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스타일의 연기다. 막춤에 애교를 떨며 귀염성 넘치는 꽃미남 사기꾼 역할로 영화 전체의 웃음을 책임진다. 그동안 간간이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를 보여준 적은 있었지만 아예 웃음포인트를 전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황정민이라는 굵직한 연기파 선배와 함께한다. 그리고 역시 이 '센 배우'에게 강동원은 밀리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극의 무게중심을 선배 연기자에게 양보하되 자신이 돋보여야 할 신에서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전면으로 뛰어나간다. 사실 '검사외전'은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와 평면적 캐릭터 설정으로 완성도에 대한 점수를 높게 줄 수 없는 영화다. 내세울 수 있는 주무기가 캐스팅밖에 없는 셈인데 강동원은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듯 스스로 오락영화에 최적화된 배우로 다듬어 거침없이 망가지며 관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자신의 캐릭터가 무너지면 영화도 끝이라는 걸 이미 알고 시작한 것처럼 보일 만큼 영화를 자신의 원맨쇼로 만들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다지 믿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책임질 정도로 성장한 강동원에게, 또 약한 시나리오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용기와 결단력에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작품 선구안까지
강동원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훤칠한 키와 흔치 않은 분위기의 외모다. 186㎝의 큰 키에 70㎏이 채 되지 않는 날렵한 몸매, 여성의 섬세함과 날카롭고 이지적인 남성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묘한 느낌의 마스크를 가진 인물이다.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적당히 흐트러진 듯한 내추럴한 헤어스타일에 모델 출신다운 패션센스까지 더해져 젊은 층이 열광할 만한 외형을 만들어낸다. 외모가 워낙 뛰어난 탓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선 한계를 가질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강동원은 외모에 쏟는 공만큼이나 연기에도 욕심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배우로 성장했다.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가 배어나는 말투를 가져 간혹 어눌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완벽한 경남 사투리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는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 약간의 터치만 가미하면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형 꽃미남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살짝 망가트려 놓으면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보여준 것처럼 평범한 남자를 연기할 수도 있다. 그 뛰어난 외모를 얼마나 망쳐놔야 평범해 보이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래도 꾸미기에 따라 여림과 강함이 각각 도드라질 수 있는 얼굴이라 관객이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할리우드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처럼 빼어난 외모를 굳이 스스로 망쳐가면서까지 연기에 몰입한 경우도 있지만 강동원은 자신이 가진 외모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면서 서서히 연기력을 향상시킨 케이스다.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찬기가 느껴지는 표정으로 악행을 서슴지 않는 조윤을 연기하며 스크린을 압도했다. 상투를 틀고 온몸을 다 가리는 도포를 입고 나오는데도 런웨이 위에 올라선 스키니 차림의 모델보다 섹시해 눈길을 끌었다. 칼같이 잘 다듬어진 턱선과 콧날, 눈매로 싸늘한 매력을 뽐내며 심지어 남자 관객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전작인 영화 '초능력자'에서 소화한 악역 역시 인상적이었다. 타인의 생각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인 역을 맡았으며, 스타일리시한 펑크스타일의 펌 헤어에 무채색 계열의 의상으로 신경질적인 캐릭터의 성격을 잘 강조해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으로 잡아끌었다. 자신이 가진 외모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악역까지 무사히 소화해낸 예다.
최근 강동원은 양현석이 이끌고 있는 거대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빅뱅과 2NE1 등 가요계를 장악한 뮤지션뿐 아니라 차승원과 최지우 같은 굵직한 배우들까지 거느리고 연예계를 좌지우지하는 회사라 강동원의 향후 활동에도 한층 더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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