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의 설 민심은 정치권 전반에는 싸늘했고, 격전지의 개별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선거구별로 호불호가 분명했다. 새누리당 경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은 민심 챙기기에 나섰지만 유권자들은 선뜻 표심을 정하지 못한 채 관망하는 기류도 보였다.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대구의 격전지가 되고 있는 선거구의 설 민심을 살펴봤다.
◆후보 난립에 누굴 지지하나-중'남구
10명의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난립한 중'남구는 설 연휴 동안 지역 발전, 여성 후보, 진박 후보 등을 두고 유권자 간 의견이 엇갈렸다. 지역 발전 차원에서 현 의원 지지 민심과 교체 여론이 맞섰고 경제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 진박 후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유권자들의 주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 경선 이후 지역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낙후된 지역 경제를 발전시킬 후보가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지지하는 후보는 제각각이었다. 김미자(52'여'삼덕1가) 씨는 "4년마다 엄마가 바뀌면 애가 제대로 성장하겠나. 북구나 동구에 비해 중'남구는 달동네 같다. 재건축'재개발 등 지역 발전을 위해 하던 분이 더 낫다. 교수나 법조인이 뭘 하겠는가"라고 했다.
권태선(72'대명5동) 씨는 "현 의원이 일을 못 해서 후보가 많이 나선 것이다. 새 인물이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행일(48'대명1동) 씨는 "남구의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어서 경제전문가가 꼭 필요하다. 예산을 많이 가져올 수 있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후보를 원하는 민심도 있었다. 주부 박미선(41'남산4동) 씨는 "남성 후보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후보가 많지 않다.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여성 후보가 남성 후보보다 더 세심하게 일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진박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도 적잖았다. 김순귀(64'여'대명9동) 씨는 "국민들은 안보에 불안하다. 현 정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일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박심(朴心)과 차세대 리더육성 두고 고심-동을
동을의 민심은 차세대 리더를 키울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따를 것인가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3선의 유승민 의원 지지자들은 유 의원의 소신 있는 자세를 칭찬했다. 김동휘(25'불로동) 씨는 "유 의원은 지난 10년간 혁신도시, 이시아폴리스, K2 이전,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통해 동구 발전을 이끌었다. 유 의원이 지난 10여 년간 한 게 없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동구는 10년 전에 비해 몰라볼 만큼 젊어졌고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서희(24'여'율하동) 씨는 "유 의원은 배신자가 아니라 '소신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거짓된 사람이 아니다. 진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동진(32'신서동) 씨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나 공약보다 대통령과의 관계를 앞세운 일부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은 유권자로서 실망스럽다. 소신 있는 자세로 지역에 좋은 일을 만들어 준 유 의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만 전 동구청장 지지자들은 이 전 청장이 동구 발전의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남덕기(27'방촌동) 씨는 "폐철교를 아양기찻길이라는 관광명소로 만들어 준 이 전 청장을 인정한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맡더라도 아양기찻길이 대변하는 새로운 충격을 동구 주민들에게 느끼게 해줄 후보다"고 강조했다.
한혜림(28'여'지묘동) 씨는 "이 전 청장은 일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동구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전 청장이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이 되길 강력하게 소망한다"고 말했다.
류기원(27'내동) 씨는 "동구의 발전과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믿음과 신뢰가 가는 이 전 청장을 지지한다"고 했으며, 김진희(30'여'대구 동구 방촌동) 씨는 "대구 동구의 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 더욱더 발전시키고 젊은 층의 취업 문제에 대한 고민 또한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전 청장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같은 당끼리 제발 싸우지 마라-북갑
북갑은 다양한 경력의 예비후보가 경선에 출마한 만큼 지지성향도 엇갈렸다. 대체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후보'를 원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김성구(65'칠성동) 씨는 "3공단이 있는 북구는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구경제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북구는 대구에서도 못사는 지역이 됐다. 영세 중소기업 위주인 3공단과 검단공단에 첨단산업과 우량기업을 유치하는 등 예전 북구의 명성을 되찾는 데 앞장설 수 있는 후보를 원한다"고 했다. 남정미(35'여'산격동) 씨는 "선거기간에 오는 홍보 책자를 보면 정말 지역을 위해 잘 알고 헌신할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우리 지역의 가장 기초적인 것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분이 대다수였다. 제발 지역의 민심을 잘 알고,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줄 수 있는 지역사람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후보난립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10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앞에서 만난 김정우(25'복현동) 씨는 "북갑에는 이른바 진박이라는 사람, 지난 선거에서 주민들에게 심판받고도 또 나온 사람 등 여러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오직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어 '줄서기'를 하지 않는 후보,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겠다는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공천문제를 둘러싸고 후보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놓고는 '같은 당끼리 싸우지 말고 단결해야 한다'며 단결해 일하는 모습을 주문하기도 했다. 북구 노원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임경휴(55) 씨는 "같은 당에서 '진박'비박' 싸움하는 게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인지 한심스럽다. 대구는 무조건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교만함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역민들도 이제 자성해야 한다"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현역이냐 단체장이냐, 갑론을박-달서갑
달서갑의 유권자들은 현역의원에 대한 불만과 중도사퇴한 단체장을 향한 비판을 동시에 쏟아냈다. 현역인 홍지만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은 일 잘하는 재선 의원 만들기에 방점을 찍었다. 김진욱(29'이곡동) 씨는 "18대에 출마해 낙선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19대 국회에 입성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신뢰가 간다"고 했고, 주판중(44'신당동) 씨는 "홍 의원은 성서공단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성서노인종합복지관을 조기 완공하며 4년간 많은 일을 했으니 이 사람을 키워야 한다. 3선 구청장이 임기 도중에 사표를 내 국민 세금으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은 잘못됐다"고 곽대훈 예비후보를 비판했다.
곽 후보 지지자들은 지역구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지역 출신 일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진(59'호산동) 씨는 "구청장 시절부터 각 동네를 다니며 주민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소통하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중도사퇴 시 보궐선거 비용 문제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앞으로 의원이 돼 지역을 위해 더 노력하는 것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형우(29'이곡동) 씨도 "곽 후보가 구청장 시절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지역 사정을 세심하게 아주 잘 알고 계시더라. 현 의원이 일을 잘했으면 곽 후보가 중간에 구청장을 사퇴까지 하고 나오겠느냐"며 반박했다.
참신한 후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허만진(64'이곡동) 씨는 "현 의원이나 전 구청장은 처음 출마한 후보보다 참신하고 신선한 맛이 없다"고 했고, 김동영(31'이곡동) 씨는 "새누리당 후보들은 공천에만 목숨을 걸지 선거 이후엔 관심이 없다. 언론계 출신인 박영석 후보도 기회를 주면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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