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응팔' 세대가 바라보는 이 시대의 '가족'

입력 2016-02-06 00:01:00

일본동양대학 박사과정 수료. 전 대구경북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대구한의대 외래교수
일본동양대학 박사과정 수료. 전 대구경북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대구한의대 외래교수

설을 맞이하며 '가족'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형제들을 만나 어린 시절의 내 위치로 돌아가게 된다. 세뱃돈 받는 재미에 열심히 친척이나 이웃 어르신께 세배를 다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얼마 전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에서 보여준 가족의 모습처럼, 말로 잘 표현은 못 해도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친척과 이웃 간의 정감이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명절에는 그런 고향을 다시 눈과 마음에 담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려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응팔'은 성황리에 끝났고 드라마에 출연했던 주요 배우들은 잘나가는 대세 배우가 되었다. '응팔'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가족', 그리고 '이웃'이라는 주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 가족과 이웃에게서 바라는 것, 끈끈한 사람 관계, 바로 사랑이 아닐까?

이제는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의 코치를 받아야 한다. '응팔' 세대에는 윗세대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거나 이웃의 사는 모습을 보고 위로를 받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판단해야 하고 도와줄 수 있는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택의 약 70%가 공동주택이다. 도시에서는 대부분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과 인사 나누기도 어색하다. 몇 층에 사는지도 모르고 이웃인지 아닌지 구별하기도 어렵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가족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기초단위이고 가족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시대와 다른 것은 가족과 사회를 연결해주던 이웃이라는 고리가 끊겨 현대의 가족과 사회는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극복하고자 마을의 기능을 새롭게 살리려는 시도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필자 역시 그중의 한 사람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의 대표회의 회장이 되어 '행복마을 만들기'를 추진하였다. 주민 대상의 다양한 교육, 어르신을 위한 경로잔치,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보육, 미술대회, 가족운동회, 예술제 등을 통하여 만나지 못했던 이웃이 만나고 마을 기능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회장을 그만둔 이후에도 이웃끼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정기적으로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하고 있으며 이웃마을과 공동으로 마을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물론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지만 대부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아이들은 '응팔' 세대의 아이들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며 함께 놀기도 하고 서로 집을 왕래하기도 한다. 필자의 초등학생 아이도 많은 동생과 언니 오빠가 생겼고 이웃에 대한 어색함이 없어졌다. 이제는 같은 라인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이 이 아이가 누구인지 알고 칭찬하며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되었고, 아파트 내에서도 많은 주민과 경비원들이 어떤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주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최근 우리에게 충격을 준 '장기 결석 아동의 비참한 최후'에 관한 소식처럼 우리 이웃에는 아직도 학대와 폭행을 당하고, 무참하게 짓밟히는 생명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설사 안다고 해도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응팔'에 환호하였고 우리 사회가 따뜻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응팔'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 시대의 '가족'이 그때의 '가족'과 다르지 않다. 건강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웃과 사귀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알고 보면 이웃은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가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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