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년창업 영웅을 키우다] <2>"나는 반드시 성공한다" 믿음

입력 2016-02-03 00:01:00

경산 '세원세라믹' 한준수 대표…예천 '케이엔' 박창호 대표

박창호 케이엔 대표는 원료를 하나하나 직접 사들인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비누를 만들어 포장하고 있다.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박창호 케이엔 대표는 원료를 하나하나 직접 사들인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비누를 만들어 포장하고 있다.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이번 주에 만난 두 청년 창업영웅의 창업 이야기는 좌절의 연속 시리즈였다. 더욱이 이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들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지만, 청년의 열정으로 이 모든 걸 이겨내고 언젠가는 자신이 성공하리라 굳게 믿고 있다.

◆고난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경산 '세원세라믹' 한준수 대표

"'평온한 바다는 유능한 뱃사공을 만들 수 없다'라는 말처럼 고난과 시련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산에서 세라믹 타일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준수(31) 세원세라믹 대표는 지난달 25일 대구 중구 태평로 '경북 청년CEO몰'에서 열린 '경북 청년CEO 신년인사회 및 창업성공다짐대회'에서 경북도지사 표창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의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어린 나이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한 대표는 2011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서울에서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지에서 공부하면서 집에 손 벌리기 미안한 마음에 '용돈 벌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친구와 함께 100만원을 갖고 당시 주목받던 천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 대표는 "말이 사업이지 사실은 인터넷을 통한 소규모 판매가 목적이었다. 블로그를 통해 소소하게 천연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탄력을 받자 한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만든 발효 화장품을 피부관리숍에 납품하기에 이르렀다.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고, 국제박람회에서 1'2차 물량 매진, 외국 바이어의 러브콜 등 사업이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위기를 맞았다. 화장품 업계의 한 대기업과 상표권 분쟁이 생긴 것. 그는 2011년 12월 '이드라미스틱'(Hydra Mystic)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상표 공고시점인 2013년 3월 대기업 측에서 자사가 앞서 등록한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간의 노력과 시간, 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무릎 꿇고 빌더라도 끝까지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에 소송을 밀어붙였고, 결국 2014년 7월 최종 상표 등록을 받았다.

설상가상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가 싶었다. 소송이 끝날 무렵 한 대표 부친이 30년 동안 해오던 세라믹 사업이 억대 사기를 당했다. 위기였다. 가정에 덮친 위기를 해결하고자 한 대표가 부친을 대신해 회사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경영 상황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부친이 그간 해오던 바이오 세라믹 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라 더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친환경 기능성 세라믹 타일'로 사업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생산 설비를 바꾸려고 돈을 빌리러 찾아간 금융회사마다 '너무 어려서' '실적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으로 겨우 30억원 규모의 설비를 도입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대표는 현재 세라믹 타일 입체화에 성공하고, 세계 최초로 세라믹 알칼리필터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직원이 잠적해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경우는 예사였어요. 공장이 다시 돌아가기까지 2년 동안 사람에 속고 돈에 울다 보니 자살하는 사람이 이해가 됐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님과 회사 식구들, 나를 믿고 돈을 빌려준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홀로 사무실에 앉아 펑펑 울다가 눈물을 훔치고 다시 일하러 가곤 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교세라처럼 한국에서 세라믹이라면 세원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충성고객이 있는 회사로 키우는 게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기를 모르는 젊은 열정…예천 '케이엔' 박창호 대표

"'아직 젊으니 포기하지 마라'는 격려가 다시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예천에서 비누와 화장품을 개발'생산하는 박창호(29) 케이엔 대표는 올해로 창업 5년 차 청년 CEO다. 그 역시 이 기간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가슴만은 뜨거웠기에 지금껏 어려움을 버텨왔다.

2010년 여름 대학생이었던 박 대표는 TV에서 예천 고향 마을을 보고 시선이 꽂혔다. 그날 방송 내용은 예천의 광천수가 아토피 등 피부 질환에 좋다는 내용이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비슷한 방송을 보고는 애향심에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고향 마을 광천수를 알리는 글을 올렸다.

이러한 홍보가 효과를 봤는지 박 대표에게 예천 광천수에 대한 문의가 각지에서 이어져, 그의 휴대전화는 밤낮없이 울어댔다.

그의 인터넷 카페가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주변에서 "광천수를 활용한 창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과 권유가 많아졌다. 이에 2011년 2월, 박 대표는 만 24세에 광천수를 활용한 천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박 대표는 요즘 흔히 하는 말로 금수저가 아닌지라 창업을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그는 '청년창업지원사업'과 '예비기술자 육성사업'에 지원해 4천200만원이나 되는 자금을 마련했다. 이 돈으로 예천 광천수에 대한 수질검사와 함께 동물 임상시험을 경북대학교에 의뢰했다. 결과는 예천 광천수가 수질도 좋고, 피부 장벽 복구에 효능이 있다고 나왔다. 이때부터 그는 화장품을 개발하고 자체 브랜드를 론칭한다.

박 대표는 화장품 생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대한민국실전창업리그에 출전해 지역 예선에서 계명대학교총장상, 본선에서 중소기업청장상을 수상한다. 부상으로 받은 상금으로 무작정 화장품 회사를 찾아다니며 제품 1천 개씩 소량 생산했다. 이렇게 마련한 제품으로 서울 코엑스와 SETEC 등 여러 박람회에 참가해 미스트, 스킨, 에멀션 등 생산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성공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지만 얼마 못 가 경영난을 겪으며 그는 사업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박 대표는 "화장품 개발은 의욕적으로 했지만, 유통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만들어도 팔 곳이 없었다. 방문판매하시는 분들에게 찾아가 부탁도 해봤지만,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알게 됐는데 화장품은 품질보다 제품 이미지와 포장, 마케팅이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였다"고 말했다.

분명히 실패한 사업이었다. 체계적인 준비나 명확한 목표 없이 했던 창업의 결과였다. 날개가 꺾인 새처럼 풀이 죽어 있던 그에게 지인들이 격려해 주었다. 다시 도전하자고. 응원은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화장품과 달리 대기업이 쉽사리 하지 못하는 사업 영역이면서 기존 화장품업과 연관성 있는 분야를 찾아냈다. 사업 아이템은 바로 수제로 만든 천연 비누였다. 그는 곧장 경북도립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지원사업을 신청하고, 부족한 자금은 공장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관공서 계약직을 하며 틈틈이 마련했다.

그의 열정은 그를 늦깎이 대학생으로 만들었다. 그는 전문성을 쌓고자 지난해부터 안동대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점차 결실을 보는 듯하다. 현재 케이엔은 온천과 대형목욕탕에 비누를 납품하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 3개국과 중국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고객이 재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케이엔을 키우고 싶고, 사업에 성공하면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게 목표입니다. 창업에 대한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가 정비돼 많은 청년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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