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교통사고에 다리 다친 박주현 씨

입력 2016-02-03 00:01:00

"아픔 많은 식구들…저까지 울면 슬프잖아요"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한 박주현 씨는 가족들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지만 자신의 병원비도 없어 병원 문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한 박주현 씨는 가족들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지만 자신의 병원비도 없어 병원 문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박주현(가명'22) 씨는 여느 20대 아가씨처럼 한창 맵시를 뽐낼 나이지만 치마나 반바지를 입을 수가 없다. 오른쪽 다리가 온통 흉터로 울퉁불퉁하기 때문이다. 휠체어 없인 혼자 걷기조차 힘들다. 지난해 여름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부터다. 그날 건강했던 주현 씨는 엄마와 여동생에 이어 네 가족 중 세 번째 환자가 됐다. 그래도 주현 씨는 웃는다. "저까지 울면 아빠가 너무 슬퍼지잖아요. 빨리 나아서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가족 중 가장 건강했던 주현 씨

주현 씨의 어렸을 적 꿈은 간호사다. 엄마와 두 살 터울 여동생이 몸이 아파 병원을 집처럼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간호사가 멋있어 보였어요. 또 직접 아픈 가족들을 돌보고 싶었고요."

엄마는 주현 씨가 태어났을 때부터 자주 병원을 찾았다. 코피가 잦았고, 한번 터지면 쉽게 멈추지 않았다. 특별한 직업은 없었지만 밤 까기 등의 재택근무를 수년 동안 하면서 팔목과 허리,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나타났다. 그래서 엄마는 주현 씨가 학교도 가기 전 코 수술과 관절염 수술을 해야 했다. 2년 전엔 중풍으로 안면마비까지 왔다.

동생 주영이는 오른손 세 번째 손가락을 쭉 펴지 못한다. 주영이가 갓 돌을 넘겼을 때 유리로 된 미닫이문이 넘어졌고, 깨진 유리 사이에 주영이의 손가락이 끼여버렸다. 간단한 부상인 줄 알고 응급처치만 했던 것이 실수였다. 계속 축 처져 있는 손가락이 이상해 아빠가 주영이를 대학병원에 데리고 갔을 땐, 주영이의 손가락 인대는 이미 끊어져 있었다. 주영이가 네 살 때였다. 주영이는 이때부터 15년 동안 큰 수술을 네 번이나 했다. 하지만 아직도 주영이의 손가락은 굽어 있다. 이 때문인지 주영이는 늘 집에만 있다. 주현 씨의 병문안도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 딱 한 번만 왔다. 이날도 주영이는 겁이 났는지 아픈 주현 씨를 보며 펑펑 울었다.

그래서 주현 씨는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줄넘기는 주현 씨가 가장 잘하는 운동이다. "우리 가족 다 아픈데 저라도 건강해야 하잖아요. 시간이 있을 땐 3시간 넘게 줄넘기를 해요. 묘기 줄넘기도 할 수 있어요."

◆되돌리고 싶은 지난해 여름밤

주현 씨는 아픈 가족들을 위해 건강해야 했고, 밝아야 했다. 돈도 빨리 벌어야 했다. 그래서 주현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나왔다. 교육비가 사치 같았다. 머리 만지는 걸 좋아해 미용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지만 재미를 느끼면서 퇴근 후에도 남아 미용 기술을 연습했다. 하지만 하루 꼬박 일해도 월급은 고작 100만원. 결국 미용일을 그만두고 월급이 두 배 정도 되는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1년쯤 지났을까. 주현 씨는 이제 일을 할 수 없다. 지난해 여름 지인의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퇴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 사고로 주현 씨의 오른쪽 다리가 망가졌다. 이후 크고 작은 수술을 3개월 동안 15번 받았다.

기억도 엉망진창이 됐다. 사고 후 2개월간은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지금도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제가 원망스러워요. 이젠 일도 할 수 없고, 가족에게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빠는 주현 씨가 사고를 당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아픈 가족들을 대신해 주현 씨를 돌봐야 해서다. 이 무렵 주현 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주현 씨는 일을 하고 싶다. 당장 필요한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엄마는 중풍 수술을 해야 하고, 동생도 손가락 수술을 한 차례 더 해야 한다. 동생의 대학 입학금도 필요하다.

일터로 다시 나가려면 하루빨리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주현 씨는 병원비가 없어 병원 문을 한 달이 넘도록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고로 필요한 병원비와 간병비는 모두 7천만원. 아빠의 퇴직금과 빌린 돈 등으로 3천만원을 냈지만 아직 4천만원이 남았다. 하지만 주현 씨 집의 수입은 얼마 후면 끊기는 아빠의 실업급여 110만원과 기초생활수급비 120만원이 전부다. 더 이상 친척들에게 돈을 빌리기도 어렵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엄마와 동생도 수술하면 우리 가족도 행복해질 수 있겠죠?"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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