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극과 극 스타일' 韓·日 감독 전술대결

입력 2016-01-30 08:34:00

'99골 레전드' 신태용 vs '0골·28세 현역은퇴' 데구라모리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30일 대결하는 한국과 일본의 감독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46) 감독은 K리그의 레전드로 꼽히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992년 프로 데뷔 이후 2004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기까지 K리그 베스트일레븐에 9회 선정됐다. 데뷔시즌에는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일본의 데구라모리 마코토 감독(48)은 무명 미드필더 출신이다.

지난 1986년 일본 청소년대표에 선발된 적이 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게다가 실업팀에서는 파칭고 등 도박에 빠져 축구를 등한시했다. 경마에 전 재산을 날린 적도 있다.

소속팀이었던 실업팀 스미모토금속이 1992년 J리그 출범과 동시에 가시마 앤틀러스로 프로화된 뒤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이 때문에 J리그 통산 기록은 0골이다.

이처럼 다른 길을 걸은 것 때문인지 두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도 극과 극이다.

K리그에서 처음으로 60-60클럽(60골-60도움)에 가입한 신태용은 99골 68도움이란 화려한 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공격수답게 성남 감독 시절에도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공격에 방점을 찍은 4-4-2, 4-1-4-1, 4-2-3-1, 4-3-3이라는 다채로운 전술을 선수들에게 주입했다.

카타르전에서 수비 중심의 3-4-3 전술을 사용했지만 한 뒤 "신태용식 축구는 아니다"라고 자기비판을 할 정도로 공격적인 전술을 선호한다.

이에 비해 데구라모리 감독은 철저한 수비축구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코치생활을 거쳐 지난 2008년 2부 리그였던 베갈타 센다이의 감독이 된 뒤 탄탄한 수비를 기반으로 한 실리축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감독 취임 이듬해인 2009년 팀을 우승시켜 J1리그로 승격시켰고, 2012년에는 J리그 2위까지 팀을 끌어올렸다.

역시 일본 올림픽 대표팀도 견고한 수비를 기반으로 한 실리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도 '데구라모리 감독의 실리축구는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이면서 골을 노리는 기존 일본축구 스타일과는 벗어나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두 감독의 리더십에서도 차이점이 많다.

신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에게 친구나 형 같은 리더로 비치는 것과는 달리 데구라모리 감독은 '온화한 선생님'의 이미지라는 게 일본 기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선발선수를 결정하는 과정도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신 감독은 자신이 사용할 전술에 따라 선발선수의 윤곽을 잡는다.

이 때문에 전술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출전 여부를 눈치 챌 수 있다.

특히 일부 선수들에겐 직접 출전사실을 흘려주기도 한다.

신 감독은 4강전 전날 황기욱(20·연세대)을 따로 불러 "선발로 출전시킬 테니 미리 준비를 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혹시 선수가 선발에서 제외된다고 스스로 판단해 준비를 등한시하는 상황을 우려한 배려였다는 게 신 감독의 설명이다.

그러나 데구라모리 감독은 선발명단을 선수들에게도 철저하게 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구라모리 감독은 29일 결승전 선발명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직감으로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전술에 따라 선발명단의 윤곽을 잡는 신 감독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이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감독 중 누가 한일전에서 웃게 될지 양국 축구팬의 이목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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