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이사가 다음 달로 닥쳤다. 간다, 간다 하더니 정말 간다.
돌아보니 이사 보따리 싸는 데 꼭 35년이 걸렸다. 일부 경북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른바 '대구 셋방살이'를 끝내는 과정에서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했다.
찾아보니 1981년에 발행된 매일신문부터 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해 3월 30일 자에 당시 내무부 관계자는 "경북도청을 당분간 옮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 29일 자에는 당시 김성배 경북도지사의 발언을 인용, "당장은 (경북도청이) 안 옮긴다"는 보도가 따라나왔다.
내무부와 도지사의 언급이 1981년 봄부터 잇따라 조명받은 이유는 대구의 위상 변화였다. 대구는 그해 7월 1일 경북도 산하 시(市)에서 직할시라는 광역자치단체로 승격, 딴살림을 차리게 됐다. 직할시 승격 예고가 나오자마자 도청도 경북으로 떠나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고 이에 대한 정부 관리들의 응답이 나온 것이다.
대구의 직할시 승격이 예고된 뒤 경북도청 이전 목소리가 바로 불거진 이유는 경북도의 행정 관할 구역과 도청 소재지가 불일치하는 모순이 발생,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물론, 형식상 명분이었다. 실질적으로는 대구를 거느리고 살던 큰집 경북도가 대구 지붕 밑에서 셋방살이를 할 수 없다는 자존심 내세우기였고, 거기에 곁들여진 것이 이참에 우리 동네로 도청을 옮겨보자는 도내 시군들의 계산이었다.
1980년대에는 옮겨야 한다는 말풍선만 날아다녔다. 그러다 1991년, 지방의회가 되살아나면서 지방자치제가 부활하자 "이제는 정말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화했고 1995년 민선 단체장 선거를 통해 민선 도지사가 나오자 당시 경북도의회는 "더 이상 셋방살이 못한다"며 도지사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부담을 잔뜩 지닌 것은 고(故) 이의근 도지사였다. 이 도지사는 도청을 옮기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지만 결국 공약(空約)을 하고 말았다. 결재 서류를 보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성격의 이 도지사는 안타깝게도 3선의 긴 임기 동안에도 도청 이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마냥 겉돌던 '도청 이전'은 이를 공약으로 내건 김관용 도지사가 2006년 여름 새 도백이 되면서 극적 반전을 하게 된다. 사실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구미시장 3선까지 했건만 도청에 들어온 김 도지사를 두고 "저 사람 하겠나"라는 비아냥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는 도지사 당선 즉시 속전속결로 도청 이전을 추진, 2008년 6월 도청이전추진위원회가 새 도청 이전지로 안동'예천을 최종 결정하는 과정을 2년 만에 이끌어냈다. 그때까지 27년에 걸쳐 헛방망이만 날렸던 도청 이전이 속전속결로 매듭지어진 것이다.
결정을 내리는 속도도 빨랐지만 김 도지사는 20차례 가까이 열린 도청이전추진위원회 회의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뱃심을 보였다. 이전지 결정 이후 예상되던 공정성 논란의 싹을 잘라버린 행동이었다. '도청 이전 결정의 주인공 김관용'을 더욱 돋보이게 한 대목이기도 했다.
김 도지사의 역할이 여기서 끝났다면 찬사만 남았을 터. 이전 결정 이후에도 김 도지사에게 태산에 버금가는 무게를 지닌 등짐이 도청 이전이었다.
실제로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수차례 도청 이전 시기를 두고 도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여러 이유를 대며 지키지 못하면서 힘든 세월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김 도지사는 도청 이전 스트레스를 털어놓기도 했다.
앞으로 이 스트레스는 더 커질지 모른다. 이달 도청 공무원들의 전보 인사 과정에서도 대구권에 남아 근무할 수 있는 보직으로 가려는 직원들의 신청이 쇄도, 도청 인사 실무자들이 애를 먹었다. 이는 앞으로 닥칠 수많은 시험의 1번 문제일 뿐이다. 심지어 몇 년 뒤 "이럴 거면 왜 옮겼느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도지사(道知事). 글자 그대로 도(道)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경북도를 가장 잘 아는, 벌써 11년째 도백으로 있는 김 도지사가 풀어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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