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죄는 포스코, 회사 돈 펑펑 쓰는 계열사

입력 2016-01-28 00:01:00

포스코에너지 회사 돈 '펑펑'…사회공헌비 7,500만원 '찔끔'

# 지난 26일 포스코의 점심시간. 구내식당에 긴 줄이 늘어섰다. 현장을 떠나기 어려운 직원들은 4천500원짜리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지역경제를 살리라'며 외부 식사를 권유하고 있는 회사방침에 따라 밖으로 나온 직원들조차 돼지국밥집 등 비교적 싼 음식점으로 향했다.

# 같은 시간 포스코에너지 근무복을 입은 남녀 직원 5명이 포항의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들은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를 먹으며 점심시간이 훌쩍 지날 때까지 식사를 즐겼다. 20만원이 넘는 식대는 법인카드로 해결했다. 레스토랑 직원들은 자주 오시는 분들이라며 깍듯이 대했다.

포스코그룹이 권오준 회장 출범 이후 계열사를 줄이고 원가절감에 나서는 등 허리끈을 바짝 죄고 있지만 일부 계열사는 사정이 다르다. 직원들끼리의 식사에 회사 돈을 쓰는 현장이 목격되는 등 윤리경영에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계열사들의 방만 경영이 포스코의 위기를 만들었다는 내외부 비판이 대두되는 가운데 일부 계열사의 일탈이 포스코 위기 탈출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창립(1968년) 47년 만에 지난해 첫 적자(3천억원'2015년 기준)를 보자 포항'광양 두 제철소는 물론이고 계열사의 대외활동 경비를 대폭 삭감했다.

포스코ICT 경우, 포스코에서 주는 물량이 연간 2천억원가량 줄면서 대외활동비를 70% 이상 줄였고, 포스코 포항제철소도 실적 감소로 인해 경비를 30% 이상 줄여 지출 중이다.

포스코플랜텍도 회사 위기 상황을 이유로 주머니를 아예 닫아버렸고, 포스코엠텍도 적자폭 증가로 경비지출 규모를 절반가량 줄였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켐텍이 그나마 현상유지를 하고 있지만, 지난해 수주 상황이 좋지 않아 올해 경비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를 비롯한 대다수 계열사는 이웃돕기 등 사회공헌활동 비용에만 손을 대지 않았을 뿐 직원 회식비나 업무추진비 등 대외활동비 대부분에 칼질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포스코 식구들뿐만 아니라 포항시 및 일부 포항 경제인들도 "유독 포스코에너지만은 다른 것 같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선 레스토랑 현장처럼 변화에 대한 노력은 물론, 지역공헌조차 적다는 것이다.

본사는 서울, 부생가스발전소와 연료전지공장을 포항에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연간 5억여원가량을 포항권 사회기여 비용으로 내놓지만 상대적으로 주민 기피 시설인 발전소 몫으로 대부분을 집행할 뿐 420여 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연료전지공장 몫으로는 한 해 7천500여만원만 나온다.

포스코에너지는 몇 년 전 공장부지 전매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 포항시 땅을 포스코ICT로부터 사들인 뒤 포스코ICT가 58억원의 편법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해 포항시민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그룹사 윤리경영 지침을 잘 따르고 있다. 포항에서 일부 직원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윤리'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 직원들끼리 회사 돈을 함부로 쓰는 등 지역사회에 흉이 될 수 있는 행동은 계열사를 포함한 포스코 전체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일"이라며 "계열사 감사팀에 제보하는 등 계열사도 함께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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