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큰 아이, 부모되어 '폭력 대물림'
열 살 소녀 A양은 현재 부모와 떨어져 대구의 한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이유는 지속적인 아버지의 학대 때문이다. 술만 마시면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서슴지 않았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어머니는 딸의 보호막이 돼주지 못했다. A양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는 날이면 이웃집에 피신해 있기도 했지만 이내 자신을 찾는 아버지 목소리에 또다시 교도소 같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지난해 뒤늦게 학대 사실을 안 이웃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A양은 비로소 집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정폭력의 가장 어두운 곳에는 아이들이 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아이들이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최근 벌어진 '부천 초교생 시신 유기 사건'처럼 끔찍한 결말을 맞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4년 아동학대로 숨진 17명의 아동 중 14명(82.3%)이 친'양부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의 매일 맞고 사는 아이들
가정 내 아동폭력은 만성'상습적인 학대로 나타나고,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4년 아동학대 발생 빈도 조사에서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0.6%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피해아동 발견율은 1천 명당 1.1명으로 극히 낮아 아이들을 보호해 줘야 할 가정이 오히려 창살 없는 감옥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아동들이 겪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2014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피해아동의 82.2%가 신체'정신적 장애나 정서적 문제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아동 15.9%가 불안장애, 반항 및 공격 성향, 주의 산만 등을 보였으며 심하면 지적장애나 지체부자유, 뇌병변장애(1.6%)를 앓기도 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피해아동에게 나타나는 문제는 주로 심리적 문제다. 신체적 학대를 당한 아동에게는 주의 산만, 불안, 과잉행동 등 성격 문제가 나타나고 정서적 학대를 당한 경우는 낮은 자아존중감이나 우울 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사회 전체를 멍들게 하는 가정폭력
가정폭력의 '대물림 현상'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부천 초교생 사망 사건의 가해자인 아버지 최 씨는 자신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최 씨는 "어머니에게 체벌을 받다가 다친 경우도 있었지만 병원에 간 적은 없었다"고 말해 적절한 훈육 방식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인천에서 아버지와 동거녀 등에게 상습적인 학대를 당하다 극적으로 탈출한 11세 소녀 사건에서도 가해자인 아버지가 '나 역시 학대 피해자'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상당수 가해 부모는 과거 아동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에서 아동학대 가해자의 1.8%는 아동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고, 가해자 중 부모의 경우에는 30% 이상이 아동학대 피해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어릴 때 학대를 받은 사람이 대인관계 형성이나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부모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가정폭력의 대물림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이지민 영남대 가족주거학과 교수는 "인격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에 폭력을 경험하게 되면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받는다. 문제 해결을 폭력으로 하려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발견되면 반드시 전문적인 상담치료 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