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폐암 3기 투병 윤상훈 씨

입력 2016-01-27 00:01:00

수천만원 보증 빚 갚고 횟집 개업하려다 날벼락

3년 전 폐암 3기 선고를 받은 윤상훈 씨는 건강을 되찾아 가족의 버팀목이 되고 싶지만 치료비 걱정이 크다. 김영진 기자
3년 전 폐암 3기 선고를 받은 윤상훈 씨는 건강을 되찾아 가족의 버팀목이 되고 싶지만 치료비 걱정이 크다. 김영진 기자

윤상훈(가명'45) 씨는 여태껏 집과 가정 등 '내 것'이라곤 가져본 적이 없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좋은 가장, 듬직한 아들은 그의 평생 꿈이었다. 하지만 꿈은 손에 닿을 듯하면 저만치 달아나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젠 몸마저 성치 않다. 3년 전 폐암 3기 선고를 받은 뒤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욕심도 부리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하며 살았는데 왜 저에게만 시련이 찾아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삶을 꿈꿨던 20대

경북 경산에서 2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난 상훈 씨는 가난했던 가족의 희망이었다. 상훈 씨는 어렸을 적 다른 형제들보다 유달리 똑똑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아버지와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그가 늘 기특했다. 부모님은 그런 상훈 씨만 4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을 보냈다. 남매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생업에 뛰어들어 그의 대학 입학금을 보탰다. 그 무렵 아버지가 결핵에 걸려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훈 씨는 돈을 빨리 벌고 싶었다. 그게 자신을 믿어준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막노동을 해 등록금을 냈다. 졸업과 함께 작은 자동차 부품 회사에 취업하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막노동할 때 발을 헛디뎌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면서 다친 허리가 문제가 됐다. "돈이 없어서 파스만으로 버텼어요. 그런데 직장에서 힘쓰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허리가 걷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겁니다."

결국, 3년 만에 직장을 나왔지만 기회는 또 찾아왔다. 건강이 회복됐을 즈음 지인이 횟집 주방 보조 일을 제안한 것이다. 틈틈이 주방 일을 했었던 터라 요리에 자신은 있었다. 상훈 씨는 주방 보조 일을 하며 회 뜨는 법을 배우고 일식 요리사자격증도 따서 번듯한 횟집을 차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유가 생기면 예쁜 가정도 꾸리고 싶었다. "보조 일을 3년 정도 한 뒤엔 주방장으로 일했어요. 손재주가 있다는 칭찬도 받았고요.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간다는 뿌듯한 기분은 태어나 처음이었죠."

◆폐암과 함께 무너진 꿈

행복은 쉽게 오지 않았다. 주방장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의 연대보증을 섰던 일로 5천만원이라는 빚더미에 앉게 됐다. 이듬해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4년에 걸쳐 빚을 다 갚자 이번엔 아버지가 뇌졸중을 앓았다.

번번이 불행이 찾아왔지만 상훈 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에겐 가족에게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 있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건강한 몸과 기술만 있다면 재기는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2013년 겨울 상훈 씨는 횟집을 열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식당 운영에 필요한 보건증 발급을 위해 받은 건강검진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폐암 3기 선고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노력해도 나는 행복할 수 없는 건가'라는 자괴감에 사로잡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수술은 다행히 잘 끝났다. 항암치료도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들어 놓은 보험 하나 없어 수술비와 항암치료비 2천500여만원은 또다시 가족들 몫이 됐다. 그래서 상훈 씨는 요즘 가족들 얼굴 보기가 힘들다. 짐만 된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어서다. 퇴원한 뒤 결혼한 여동생 집에 얹혀산 지도 벌써 1년 반. 칠십 평생 셋방살이만 하는 아픈 부모님을 돕는 일도 그는 할 수 없다.

상훈 씨의 바람은 이제 하나다.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가족의 힘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비 40만원으로 건강식품을 사먹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암 검사도 꾸준히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 걱정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상훈 씨는 요양병원에서 다만 3개월이라도 암 재발 방지를 막는 면역치료를 받고 싶다. 하지만 한 달에 500만원이라는 비용은 상훈 씨의 마음을 자꾸 무겁게 한다. "가족들에게 또 손을 벌릴 수는 없습니다. 제 힘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자립해서 든든한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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