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인심 쌓고 15명에 3억 넘게 빌려 줄행랑

입력 2016-01-26 20:09:17

청송군 한 동네, 가족같던 식당 여주인의 야반도주

청송군의 한 동네가 연초부터 떠들썩했다. 동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던 마을 한 식당이 갑자기 문을 닫았고 여주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주인 A(58)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일절 연락을 하지 않고 짐을 싸 떠났고 A씨 식당에는 집기와 가전제품, 심지어 얼마 전까지 손님들에게 내왔던 반찬까지 고스란히 있었다.

A씨의 실종은 동네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신호탄은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B(49) 씨가 쏘아 올렸다. A씨를 평소 친언니처럼 따랐고 계모임을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B씨는 A씨에게 1천만원을 빌려줬다는 것. 망연자실한 B씨는 자신의 식당까지 접고 A씨를 찾아나섰고 동네 사람들은 A씨의 정체를 알게 됐다.

B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쏟아졌다. 다방업주와 숙박업소 주인, 공사장 근로자 등 피해자 15명이 경찰서를 찾아온 것이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아들 장사 밑천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식당에 드나드는 손님과 인근 주민들에게 지난 2014년 4월 30일부터 지난해 12월 29일까지 모두 41차례에 걸쳐 3억3천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청송을 떠난 뒤 경찰의 추적을 피해 경북도 내 여러 곳을 다니며 숨어지내다 20일 상주에서 붙잡혔다. A씨는 빌린 돈을 생활비와 도박, 유흥비 등으로 모두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구속, 26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평소 넉살이 좋고 계모임의 계주를 오랫동안 맡으면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마음씨 착한 시골 사람들이 의심 없이 돈을 빌려줬다"며 "오랫동안 가깝게 지낸 사람들한테도 금전적 피해를 끼쳐 마을 사람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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