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할머니가 정의를 보지 못한 채 숨졌다. 하지만 우리는 숨 쉬는 마지막까지 싸울 것이다. "필리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힐라리아 부스타만테(90)는 이미 고인이 된 다른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부스타만테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의 필리핀을 방문을 앞두고 26일(현지시간) 마닐라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우리는 일왕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일왕은 전쟁 동안 위안부 여성이 겪은 고통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70년 동안 이어진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운동을 계속 하기 위해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지금도 길에서 항의 시위를 한다며 "불확실한 싸움이지만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그동안 필리핀에서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보상금을 지급하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들은 진실하지 못한 사과가 아닌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사과와 공식 역사책에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을 기술해야 한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안부 피해자 단체인 '릴라 필리피나'는 이번 아키히토 일왕의 필리핀 방문에서 필리핀 대통령이 일왕에게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리핀 외교부 대변인은 위안부 문제는 일왕의 방문 기간에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일본은 필리핀의 최대 투자국이자 지원국이며 필리핀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고자 일본과의 협력과 교류를 증대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이러한 입장과 별개로 위안부 피해자들은 전쟁 범죄를 단순히 묻어 둘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에스테리타 다이(85)는 일본군에게 붙잡힌 날을 회상하며 "끝나지 않는 악몽을 매일 꾸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는 14세 때 일본군에 끌려가 매시간 강간을 당했고 그 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면서 울기만 했다며 당시의 끔찍했던 심정을 전했다.
현재 필리핀에만 70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생존해 있으며 대다수가 릴라 필리피나의 지원을 받아 마닐라 근교의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릴라 필리피나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들은 서로 할머니라고 부르며 서로 아픔을 공유하며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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