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수甲 장나라 외모파 한예슬 시청자 심쿵해
혹한의 추위 속에서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두 편이 새롭게 방영돼 안방극장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나같이 여자 캐릭터의 활약이 돋보이는 드라마들인데, 20일 첫 방송된 MBC 수목극 '한번 더 해피엔딩'과 22일 공개된 JTBC 금토드라마 '마담 앙트완'이 바로 그 작품들이다. 각각 로맨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여배우 장나라와 한예슬이 주연으로 나섰다. 사실 두 작품 모두 동시간대 경쟁작의 위세가 워낙 강해 첫 주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종영한 '그녀는 예뻤다' 이후 보기 드물었던 로맨틱 코미디라 이 장르를 기다리던 팬들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 캐릭터의 비중이 흥행의 절대적 요소로 작용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로코 퀸' 자리를 두고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여배우의 활약이 돋보여 눈길을 끈다.
◆'한번 더 해피엔딩'
처음부터 끝까지 장나라 세상!
'한번 더 해피엔딩'은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1세대 인기 걸그룹 멤버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한때 '요정'이라 불렸던 아이돌 스타들이 시간이 지나 현실에 찌들어가는 모습, 또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다. 유인나, 산다라박, 유다인 등이 투입됐고 그 중심에 장나라가 있다. 정경호와 권율 등 남자 배우들의 역할도 부각되지만 역시 이 드라마에 눈길을 주게 된 이유는 여기에 최적화된 주연배우 장나라 때문이다.
장나라는 전직 걸그룹 멤버로 재혼컨설팅 업체의 대표 한미모를 연기한다. 스물여섯 살에 결혼했다가 3년 만에 이혼한 후 여러 남자들과의 연애를 경험하며 행복한 재혼을 꿈꾸는 인물이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한번 연애를 시작하면 미련없이 쏟아붓는다. 푼수 넘치고 빈틈도 많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 캐릭터다.
꽤나 흔한 설정인 만큼 결국엔 '누가 연기하는가'에 따라 성패가 갈릴 텐데, 여기에 장나라는 두말할 것 없이 적합한 카드였다. 초반 2회 방송분에서 장나라는 큰 폭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고 몸 사리지 않고 망가지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겁도 없이 겨울 바다에 뛰어드는가 하면 만취한 상태에서 울고 웃다 키스신까지 연기하는 등 쉴새 없이 바뀌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로 인물의 성격을 설명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워낙에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는 데 있어 뚜렷한 장점을 가진 연기자이지만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이게 바로 내가 제일 잘하는 연기'라고 외치는 듯하다.
데뷔 당시 워낙 톡톡 튀고 귀염성 있는 이미지를 구축해서 그렇지 사실 장나라가 전면에 나서 망가지거나 웃기는 캐릭터를 연기한 경우가 많진 않다. 오히려 최근 4, 5년 동안은 여성스럽고 정적인 캐릭터를 맡아 성숙한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애썼다. 2014년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도 장혁이 웃음을 담당하는 와중에 장나라는 웃음기 없는 정극 연기를 펼쳤다. 그전에 '학교 2013'에서도 마찬가지. 이후 '미스터 백'이나 '너를 기억해'에서도 장나라가 맡은 캐릭터의 포지션은 직접적인 웃음 유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시 웃음 담당으로 나섰다는 측면에서 이번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2000년대 초반 출세작이었던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꽤나 긴 세월을 돌아 다시 과거 첫 번째 전성기 시절의 주특기를 한 번 더 꺼내 든 셈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적당한 성숙미가 더해져 한층 여성스러워 보이는 외모, 그리고 그 시절에 비해 노련해진 연기력이다. 능청스럽게 웃기다 어느 순간 애처로운 눈빛을 드러내니 보호 본능까지 자극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선 손색이 없다.
이 드라마는 2회 분량이 전파를 타는 동안 시청률은 6%대까지 올라오는 수준에 그쳤다. 동시간대에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이 17%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자리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송 후 장나라를 위시한 배우들의 호연이 입소문으로 펴져 나가고 드라마 자체의 재미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상승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마담 앙트완'
오랜만에 맛보는 한예슬표 로코 연기
한예슬도 장나라만큼이나 작정한 듯 좌충우돌하며 '로코 퀸' 자리를 노리고 나선다. 한예슬이 주연을 맡은 '마담 앙트완'은 냉철하고 자기 중심적인 심리학자와 눈치와 연기력으로 상대를 현혹하는 가짜 점쟁이의 만남을 중심으로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사랑이란 감정을 호르몬의 변화에 의한 일시적 현상 정도로 치부하는 심리학자와 이에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가짜 점쟁이가 치열하게 부딪치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그려진다. 동시에 이 두 사람이 함께 끌어가는 심리상담소를 중심으로 내담자들의 사연이 하나씩 추가돼 에피소드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든다.
방송을 마친 2회까지만 놓고 봤을 때 이 드라마는 트렌드와 거리가 멀다. 각 캐릭터의 성격 묘사나 대사 톤, 내러티브 전개 방식까지 2000년대 초반에 주로 나왔던 유사 장르의 작품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tvN '시그널'이 무수한 극적 장치로 긴박감을 자아내는 스릴러 장르인데다, 고급스러운 영상에 세련된 대사 톤을 보여주는 터라 비교에서 밀려 한층 더 촌스럽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실제로 첫 회 본방송이 시청률 면에서 '시그널'에 압도당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기본 팬층이 있어 막상 드라마를 본 이들 사이에서 반응이 나쁘지는 않다. 역시 이 호응의 중심에는 가짜 점쟁이 고혜림 역을 맡은 주연배우 한예슬의 활약이 돋보인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마담 앙트완'은 트렌디한 드라마가 아니다. 당연히 여주인공 캐릭터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라 할 만한 전형성을 띠고 있으며 그래서 배우의 연기력과 이미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번 더 해피엔딩'의 장나라가 그렇듯 '마담 앙트완'의 한예슬 역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어필했던 자신의 매력을 다시 꺼내 들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한다.
일단, 한예슬의 장점이라면 역시 한눈에 들어오는 세련된 외모인데, '마담 앙트완'에서도 이 시원시원한 미모가 큰 몫을 차지한다.
시작부터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와 이지적인 눈매로 여주인공의 등장을 알렸는데 외적인 이미지만으로 단번에 이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여배우가 흔치는 않다. 심지어 한예슬은 트렌디하지 않은 드라마 '마담 앙트완'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포장해주는 역할까지 해낸다.
일단 '내 외모가 갑'이란 사실을 알린 후에는 앞니에 붙은 고춧가루를 손끝으로 털어내고 펑펑 울다 범벅이 된 마스카라를 지우지도 않고 카메라 앞에 서는 등 자연스러운 면을 강조하며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역시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털털한 성격을 강조하는 흔한 장치다. 새로울 게 없는 설정인데 이마저도 한예슬의 넘치는 애교와 섞이니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자칫 로맨틱 코미디에만 특화된 배우로 불릴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 장르에서 누구보다 두각을 보이는 여배우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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