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북극 한파-업종 간 희비…텅텅 빈 관광지, 마트·영화관 북적

입력 2016-01-25 00:01:00

24일 27m 높이의 구미 금오산 대혜폭포가 꽁꽁 얼어붙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대구 동구 금호강도 얼어 한 시민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이 시민은 출동한 경찰의 만류로 무사히 귀가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4일 27m 높이의 구미 금오산 대혜폭포가 꽁꽁 얼어붙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대구 동구 금호강도 얼어 한 시민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이 시민은 출동한 경찰의 만류로 무사히 귀가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24일 대구의 아침 기온이 영하 13℃까지 내려가는 등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북구 칠성시장 수산물 좌판에 놓인 생선이 얼어붙어 추위를 실감케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24일 대구의 아침 기온이 영하 13℃까지 내려가는 등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북구 칠성시장 수산물 좌판에 놓인 생선이 얼어붙어 추위를 실감케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지난 주말 동안 대구경북에 최강 한파가 몰아치면서 업종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의 경우 즐거운 비명을 지른 반면 야외 활동을 주로 하는 업종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야속한 맹추위…텅텅 빈 관광지, 전통시장·놀이공원·골프장 직격탄

한파로 재래시장이나 유원지 등 야외 놀이시설, 골프장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24일 대구 서문시장 상가에는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한 완구점엔 손님이라고는 중년 부부 한 팀이 전부였다. 방한용품인 내복을 파는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매장 손경호(69) 씨는 "지난달에는 날씨가 안 추워서 내복이 안 팔리더니 이번 달엔 갑자기 너무 추워지니까 사람들이 외출을 안 해서 또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방문객으로 넘치던 이월드도 한파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23일 이월드 주차장은 80% 정도가 비어 있었고 인기 놀이기구에도 몇몇 가족 단위가 이용할 뿐 한산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이종호(36) 씨는 "놀이기구 타는 건 수월했지만 워낙 사람이 없어 정작 재미난 놀이기구는 운행을 안 해 타지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수성못 옆 수성랜드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인형뽑기 가게를 운영하는 하정숙(68'여) 씨는 "오늘 아직 마수걸이조차 못 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놀이기구 관리인 황병철(39) 씨는 "평소 놀이기구 5개 정도는 돌아가는데 오늘은 1개도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고 했다.

주말이면 등산객이 많이 이용하는 앞산 고산골 식당가도 울상이다. 10여 개의 테이블이 놓인 한 식당에는 난로 앞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종업원만 보일 뿐이었다. 종업원 안미자(54'여) 씨는 "최근 한파로 손님이 없다. 문 앞을 내다보고 있어도 오가는 등산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경북 도내 국립공원들이 입장 전면 통제령을 발동하는 등 경북의 주요 관광지도 텅텅 비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파가 절정을 이룬 24일 소백산국립공원 등 전국 10개 국립공원(북한산'설악산'오대산'월악산'계룡산'덕유산'소백산'속리산'주왕산'치악산) 입장을 통제했다. 24일 기준으로 한파 특보가 발효된 국립공원은 최저 영하 26℃까지 내려갔고 바람이 7㎧∼17㎧ 로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30~40도까지 뚝 떨어졌다.

산악지역이 아닌 경북 도내 다른 관광지도 한파 속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주관광 1번지로 불리는 보문단지의 경우, 평소 주말'휴일에는 2만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으나 매서운 날씨에 관광객이 평소 주말'휴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평소 주말과 휴일에 북적이던 경주 보문단지 내 신라CC와 보문GC, 경주GC, 블루원보문CC 등 골프장에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거의 없었다. 보문GC 관계자는 "요즘 주말에는 대략 40여 팀, 160여 명의 손님이 찾지만 이번 주말에는 10여 개 팀이 고작이었다"며 "예약된 손님들도 날씨가 추워 예약을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대구 주변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경산 한 골프장의 경우, 주말과 휴일 모두 찰 때는 겨울이라도 하루 70여 팀이 운동을 하지만 23일과 24일엔 강추위로 예약이 하루 평균 13~15팀 정도밖에 안 됐고 이마저도 실제로 찾은 고객은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24일엔 7, 8팀 정도만 골프를 쳤다는 것. 이곳 골프장 관계자는 "한파로 인해 매출 타격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사회부 경북부

◆반갑다 동장군…북적이는 백화점·마트·영화관, 온천·휴양림도 호황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영화관 등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공간에는 온종일 시민들로 북적였다. 24일 오후 CGV 대구점 매표소엔 표를 예매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화관을 찾은 정연석(26) 씨는 "애초엔 울산에서 온 여자친구와 함께 대구 시내를 구경할 계획이었는데, 도저히 돌아다닐 수가 없어 영화관에 왔다"고 말했다. CGV 대구점 직원인 김나리(23'여) 씨는 "인기 있는 영화 상영 여부에 따라 방문객 수에 차이는 있지만 이번 주말은 추위 때문에 손님이 더 많이 찾은 것 같다"고 했다.

난방시설이 갖춰진 지하상가에도 잠시나마 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반월당 메트로 지하상가는 오고 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근 동아쇼핑이나 현대백화점 앞 거리의 한산한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매장마다 수면 잠옷이나 장갑, 모자 등 방한용품을 사가는 사람들도 붐볐다.

백화점에도 장갑과 목도리를 구입하려는 손님의 발길이 부쩍 증가했고, 아이들과 함께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공연을 보려고 오는 가족 단위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 매출도 급증했다. 한파에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대거 온라인 쇼핑몰로 몰렸기 때문이다. 대구백화점에 따르면 이번 주 내 자체 온라인 매출이 지난주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등유 구입도 크게 늘어 반짝 호황을 누렸다. 난방유를 주로 판매하는 한 주유소 관계자는 "평소보다 매출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지난주부터 급유 요청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맹추위로 온천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24일 안동 학가산온천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존의 주차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온천 주변 샛길까지 차량으로 가득 찼다. 이날 오전에는 입욕권 예매를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탕 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온탕엔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했고 좌식 샤워부스는 자리가 모자라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캐러밴 야영장과 휴양림도 의외의 호황을 누렸다. 24일 영천 신녕면 치산캠핑장. 이날 오후 2시 캐러밴 캠핑장 문을 열자마자 7개 팀이 입실했다. 이날 캐러밴에는 모두 18개 팀이 입실했다. 캐러밴에는 온풍기, TV, 냉장고, 전기레인지, 밥솥 등 가전제품은 물론 난방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겨울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영호(41) 씨는 "춥지만 가족이 야외에서 정을 나누며 밤을 보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바비큐 요리도 할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영천 운주산휴양림 숲 속의 집도 붐볐다. 23일에는 산장 15호가 모두 찼고, 24일에도 2곳 빼곤 모두 차 만원 사례를 이뤘다.

한편 예천 소백산 용두 황태덕장도 오래간만에 활기를 띠었다. 지난해에 비해 포근한 겨울 날씨 탓에 황태 건조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영하 10℃를 웃도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나 늘었다. 예천군 상리면 용두리 소백산 해발 750m에 위치한 황태덕장에는 현재 150만 마리, 40억원어치의 황태가 건조 중이다. 용두 황태는 겨우내 일교차가 10도 이상인 이곳에서 자연바람을 맞으며 건조된 뒤 2월 말쯤 출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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