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매년 1월이면 한 해의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운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이루고 싶은 일들을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이뤄 나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뛰고 온몸에 에너지가 넘친다. 나에게 있어 새해의 시작은 항상 활기가 솟아나고 희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병신년을 맞이하는 기분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신상으로 나온 2016년의 새하얀 다이어리를 펼쳤지만 어떤 계획도 목표도 선뜻 적을 수가 없었다. 새해를 시작하는 설렘도 힘찬 기운도 없다. 사회생활 10년 차, 서른의 중반으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지만 확신이 서질 않았고 자신감마저 잃어 우울했다.
이런 고민을 털어놓던 나에게 선배는 '긴급 처방전'이라며 전화번호를 하나 쥐여주었다. 맹신하지는 말되, 답답하면 재미 삼아 들러보라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용하다는 점집이라더니 역시 손님이 많아 예약이 쉽지 않았다. 며칠을 기다려 드디어 선녀님(무속인)을 만났다. 무시무시한 작두를 앞에 두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의 미래에 대한 선고를 기다렸다. 그분은 내 이름과 생년월일만 듣고는 절망적이던 내 미래를 아주 화려하고 멋지게 그려주었다. 올해는 대운이 들어 복이 충만할 것이고 내후년쯤엔 꽃이 활짝 펴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영원히 '흙 수저'로 살 줄 알았던 내게, 43세엔 '부자' 소리를 듣게 될 것이고 무난하고 평온한 삶을 살게 될 테니 앞으로는 점을 볼 필요도 없다고 했다.
나오는 길에 피식 실소가 났다. 아무런 근거도 없고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점괘였지만 믿고 싶었고 믿으면 이뤄질 것 같았다. 약발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선배 말씀처럼 '긴급 처방'은 확실했다. 생각할수록 우울했던 기분도 한층 좋아졌고 이번에는 채우지 못했던 텅 빈 다이어리를 희망찬 계획들로 가득 메우리라 다짐했다. 이런 것이 바로 긍정의 힘일까? Impos sible(불가능)에 긍정의 점 하나를 찍으면 I'm possible(나는 가능하다)이 되고, Dream is nowhere(꿈은 어디에도 없다)를 띄어 쓰면 Dream is now here(꿈은 바로 여기에 있다)가 된다고 하지 않았나. 부정적인 것도 살짝 생각을 달리하면 무한 긍정이 될 수도 있음을 경험했다.
뭐든지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긍정의 힘은 '피그말리온 효과'로도 불리며 수많은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긍정의 마인드를 강조한 자기계발서들이 인기를 얻고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그 효과를 체험했다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지나치게 긍정론에 의지해 어떤 문제든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실제 한 연구팀이 긍정주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긍정론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떤 문제를 수행함에 있어서 긍정의 마인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훈련과 학습하는 성실한 태도라는 것이다. 즉, 우리도 긍정의 마인드에 꼭 따라야 할 것은 철저한 계획과 실행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한 나라의 경제와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들은 혹독한 현실을 무시하고 무한 긍정주의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 경제가 힘들어 못 살겠다고 하소연하는 국민들에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만을 심어주는 것은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거나 "화살로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말은 긍정의 마인드를 강조한 말이기도 하지만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그 이상일 것이다. 구체적인 대책과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고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친김에 신년 다이어리를 다시 펼쳤다. '꽃보다 마흔'을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철저히 준비하리라는 중기적 목표를 세웠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마음과 머리를 더 알차게 채우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매년 그렇듯 계획 1번으로는 다이어트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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