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빌리티의 시대…2036년 차미래 상무의 어느 날

입력 2016-01-23 00:01:00

#06:00

차미래(60) 상무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겨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날 모처럼만에 동료들과 늦게까지 회식을 한 탓이다. 오늘은 금강산 실버타운에 계시는 아버지의 100세 생신이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차 상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는 400㎞ 넘게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차 상무는 서두르지 않았다. 자율주행 차량이 대중화되면서 차량 정체가 없어진 덕분에 이 시각에 출발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옛날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08:00

간단히 샤워를 마친 차 상무는 스마트폰으로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아침부터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럽다는 뉴스가 TV에서 흘러나왔지만 오래간만의 눈 소식은 반갑기만 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대구에 눈이 온 것은 8년 만이다.

차 상무는 승용차에 올라 내비게이션 마이크를 향해 '금강산 실버타운'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대시보드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최적의 경로가 안내되면서 '예상 소요시간 4시간 10분'이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숙취가 가시지 않은 차 상무는 '어차피 운전은 자동차가 알아서 하니, 잠이나 자야겠네'라고 생각하며 자율주행 모드 버튼을 꾹 눌렀다.

#09:00

도심을 벗어나자 차 상무는 다시 잠을 청했다. 차량 내장형 무선인식지불 기능으로 도착지까지 고속도로 비용은 이미 결제됐다. 도로에 다니는 차량 대부분이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추면서 별도의 징수원도 없다.

고속도로는 주말을 맞아 평소보다 훨씬 차량이 많았지만 정체는 없었다. 급속도로 발전한 차량 IT 기술의 발전 덕택이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은 이미 10여 년 전에 모두 개발됐다. 자동 긴급 제동(AEB), 고속도로 자율주행(HAD), 혼잡구간 주행지원(TJA), 선행차량 추종 자율주행(PVF) 등이다.

#10:00

차 상무가 꿈나라를 산책하는 동안 아내 나자율(58) 씨는 앞 유리창을 스크린 삼아 편안히 영화를 감상했다. 차량 주변 360도를 감시하는 8개의 레이더와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만이 바쁘게 움직이며 정보를 탐색할 뿐이었다. 운전대를 잡을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승용차는 어느새 생활공간으로 바뀌었다.

차 상무도 스마트폰 진동에 잠에서 깼다. 회사의 긴급 문자메시지였다. 차 상무는 아내의 양해를 구하고 유리창을 인터넷 화면으로 바꾼 뒤 업무를 처리했다. 영화 관람을 방해한 데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아내에게는 내년 봄 남극 여행을 제안했다.

#11:00

맑은 공기가 쐬고 싶어진 차 상무는 강원도 평창의 휴게소에 들렀다. 2018년 동계올림픽 당시 자율주행 차량이 시범운영됐던 곳이다. 1958년 GM이 도로에 설치된 전선을 따라 움직이는 자율주행 시험용 자동차를 최초로 공개한 이후 60년이 되면서 당시 외국 언론까지 대서특필했던 추억도 떠올랐다.

차 상무의 자동차는 전기차다. 가솔린'디젤 차량도 연비가 크게 개선되면서 아직 출시되고는 있지만 연료비가 훨씬 저렴한 전기차가 대세다. 휴게소에 마련된 충전기 앞에도 이미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며 김씨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12:00

차 상무 부부는 통일 이후 어르신들의 실버타운으로 각광받고 있는 금강산에 무사히 도착했다. 새로 개발된 관광지구에는 신호등이 없는 게 눈에 띄었다.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영향이 컸다. 무선통신망과 연동돼 있는 이 택시는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통제한다.

부모님은 반갑게 차 상무 부부를 맞아주셨다. 서울에 살고 있는 동생 차주행(57) 씨는 새벽에 도착했다고 한다. 동생 내외는 금강산 일출을 부모님과 함께 봤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율주행 기술은 장거리 여행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14:00

한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차 씨 가족은 금강산을 둘러보려고 미니버스를 빌렸다. 차량에 손을 갖다 대니 미리 인터넷으로 입력한 지문을 인식하고 스르르 문이 열렸다. 자율주행 기술 덕분에 교통사고가 크게 줄면서 보험료도 많이 저렴해졌다.

차 씨의 부모님은 금강산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동안 미니 버스 안에서 의사의 건강검진을 받기도 하셨다. 물론 원격으로 진행하는 화상 진료였다. 무척 건강하시다는 주치의 설명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차 씨 형제 부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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