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영화 '내부자들' 중에서)
영화에서 한 신문사 논설주간이 내뱉은 말이다. 정치인을 포함한 권력자들의 배신과 음모, 부정부패에 대해 국민들이 쉽게 잊는다는 뜻이다. 국민(대중)을 폄하한 저속한 표현이다.
"대구 시민들은 장기판 졸이다."
최근 술자리에서 들은 불쾌한 말이다. 하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대구 선거판 양상을 볼 때 이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성싶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달성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현역을 크게 앞질렀다. 지역구를 옮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언론 보도자료를 내고 "달성 군민과의 약속도 소중하지만, 안정적 의석 확보라는 중요한 책임 앞에서"라는 이유를 내세워 중'남구로 출마지를 옮긴다고 밝혔다.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서로 진박(진짜 친박) 후보임을 자청하며 북갑 출마를 공언하다 김 전 비서관은 불출마로, 전 전 관장은 고향인 경북으로 발길을 돌렸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친척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명분으로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서구에서 뛰고 있다.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달성 출마를 선언하기 며칠 전 기자와 만나 곽 전 수석의 출마 지역구 변경을 시사했다. 추 전 실장은 "수석을 지낸 분하고 어떻게 맞붙겠느냐. 정리가 될 것이다. 두고 보면 안다"고 말했다. 그는 '정리'의 주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주체는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읽혔다.
총선에서 대구는 동을과 수성갑이 전국적인 최대 관심지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나 친박의 표적이 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살아남아 대구의 차세대 지도자로 재부상할지, 야당 불모지에서 김부겸 전 의원이 여당 거물 김문수 전 지사를 물리치고 야권 대권주자로 우뚝 설지가 핫이슈인 셈이다. 이들의 한판 대결은 그야말로 총선에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뜨거운 관심의 다른 한쪽에서 '돌려막기' '풍차 돌리기' 등으로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는 '청와대발 낙하산 후보'들의 행태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자기 세력의 안정적 의석 확보를 위해서는 출마 지역구를 마음대로 바꾸고, 시민들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 있다는 식이다.
장기판 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이용당하다 가장 손쉽고도 먼저 버려지게 마련이다. 선거판의 왕이 돼야 할 시민들이 장기판의 졸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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