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무슬림이 아닌 여성도 히잡(머리카락과 목을 가리는 스카프)을 쓰도록 강제하는 나라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뒤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런 강력한 정책과 함께 이슬람 신정일치를 실현하는 시아파 맹주 이란을 본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가 이를 엄격히 적용했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히잡 정책'은 약간 다르다.
사우디는 검은 히잡으로 완전하게 머리카락을 가리도록 하고 여성이 외출할 때 검은 통 옷인 아바야를 반드시 입도록 한다. 대신 외국인 여성은 히잡을 쓰지 않아도 봐주는 편이다.
이란에선 히잡의 색깔은 매우 다양하며 앞머리를 내놓는 여성이 많다. 사우디처럼 아바야는 입지 않아도 돼 청바지 같은 서구식 복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성이라면 이란에선 무조건 히잡을 써야 한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외교안보 고위대표도 핵협상 타결 직후인 지난해 7월 사우디에선 히잡을 쓰지 않았지만 이어 방문한 테헤란에선 보라색 히잡을 단정히 썼다.
이 때문에 겉모습으로만 따지면 사우디보다 이란 여성의 옷차림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보인다.
테헤란에 사는 주부 파르나크(41) 씨는 "히잡이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편하게 생각하면 스카프 하나 걸치고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우디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했던 이란의 히잡 정책은 서방의 제재 해제가 가시화된 지난해 말부터 깐깐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란의 여성은 사우디와 달리 운전이 허용되는 데 운전할 땐 히잡을 벗는 경우가 꽤 있다.
회사원 라나(33) 씨는 "작년 말부터 운전할 때 히잡을 벗는 여성을 단속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부쩍 많아졌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여성이 운전하는 차 옆으로 신속히 다가와 히잡을 벗었는지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15일 이란 경찰은 히잡을 쓰지 않고 운전하는 여성에게 과태료를 물리거나 차량을 1주일간 압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경찰은 1주일의 계도 기간에 히잡을 벗고 운전하는 여성 1만 명을 적발해 경고장을 발급하기도 했다.
주부 사밀라(32) 씨도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앞머리를 내놓는 것을 적발하는 경찰과 바시즈 민병대도 있었다"면서 "제재 해제로 사회가 해이해질 수 있다고 보고 '기강 잡기'를 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초등학교 교사 하미드(39) 씨는"이란 사람의 상당수가 이번 제재 해제를 경제에 한정하지 않고 문화까지 개방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정부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의 상징이 된 히잡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가 해제되면서 외국인과 기업이 더 많이 테헤란에 오면 올수록 히잡 단속은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서방의 제재 해제가 다가오면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이런 분위기를 우려해 "제재 해제로 미국과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문화적 침투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제재 해제가 다가오자 외국 기업의 이란 진출을 적극 유도했으나 미국 문화의 상징인 맥도날드나 KFC의 테헤란 지점 개설엔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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