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革)은 가죽을 뜻하는 글자이다. 옥편을 찾아봐도 맨 앞이 가죽이고, 가죽 장식, 갑옷, 피부 등의 뜻이 앞자리를 차지한다. 그렇지만, 요즘은 개혁, 혁신 등의 말이 흔하다 보니 어떤 것을 바꾼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원래 혁의 첫 출발도 바꾼다는 뜻이 강하다. 혁은 상형문자로 가죽을 손으로 벗기는 모습에서 따왔다. 또한, 중국어로는 '거'로 발음해 고칠 개(改)의 '가이', 다시 갱(更)의 '겅'과 발음이 비슷해 혁이 기존의 것을 바꾼다는 뜻을 포함하게 됐다는 설도 있다.
사실, 기존의 것을 바꾼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좋든 나쁘든 오랜 관습이나 관례를 깨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은 뼈를 깎는 고통과 이를 견뎌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득권자, 현실 안주자의 반발이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재의 우리나라 현실이 딱 그렇다.
정부가 개혁을 하겠다니(사실 정말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 대통령에게 떠밀려 흉내만 내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곳곳이 난리다. 국회는 입법권을 무시한다고 펄쩍 뛰고,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타협의 파기를 선언했다. 정부가 딱해 보이지만 자업자득이다. 조금은 쉽게 할 수 있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은 미봉으로 때워놓고, 다른 분야에서 강도 높은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피만 겨우 비칠 정도로 살갗을 조금 베고는 '내 피를 봤으니 너희도 피를 봐야 한다'며 아예 살점을 도려내 피를 철철 흘리게 하려는 꼴이다.
여기에다 세계적 경제 위기와 청년실업 등이 뒤섞여 우리 상황은 누가 봐도 '혼란'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보는 것은 좀 다른 모양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20일 우리나라가 '블룸버그 혁신지수'(Innovation Index)에서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3년 연속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창조경제 활성화와 기업의 혁신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초를 쳤다.
이 사실대로라면 그동안 정부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는데 국민만 몰랐던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혁신지수 1위의 결과와는 정반대로 생산성은 조사대상 50개 나라 가운데 39위였다. 이 둘을 종합하면 전혀 논리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 3년 동안 최고의 혁신을 했는데 생산성은 전혀 따르지 않는 나라, 이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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